(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의혹이 드러난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JB광주은행,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을 검찰 고발한 가운데 이들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채용비리가 적발된 은행에 대해 기관장 해임 권고 등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사상 초유의 무더기 경영 공백 사태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난 5개 은행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특정 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 등 금감원이 밝혀낸 채용비리 정황만 22건이다.

특히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15년 신입행원 채용 당시 윤 회장의 조카가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으로 최하위권이었으나 2차 면접에서 경영지원그룹 부행장과 인력지원부 직원이 최고 등급을 줘 120명 중 4등으로 합격시켰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직원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 측은 윤 회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채용비리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감원의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2018년 업무계획 보고'를 통해 금융회사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금융회사 이사회에 CEO와 감사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이례적으로 '해임'이라는 단어를 쓰며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만큼 윤 회장이 첫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임원에 대해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제재를 내릴 수 있다.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을 경우 금융위가 결론을 내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채용비리와 관련에 칼을 뽑아든 만큼 본보기성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게 됐다"며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윤 회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금융시장과 소비자로부터 받는 신뢰에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 16일 만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한 바 있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도 최고경영자가 직접 연루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이 채용비리가 사실로 드러난 은행의 경영진을 엄중 조치하겠다고 한 만큼 중징계가 유력하다.

이 경우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채용비리 당시 광주은행장을 겸임했던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 겸 부산은행장, 박인규 DGB금융 회장이 징계 대상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용비리 문제가 은행권 전체로 퍼지면서 시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채용비리에 대한 선례(이광구 전 행장의 사임)가 있는 만큼 이번에 연루된 은행들도 비슷한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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