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한국은행이 10년 만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서울 외환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금융 시장이 무너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로 급등하는 등 패닉 장세가 지속되자 발 빠른 통화스와프 체결로 효과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한은 측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공식 행사 등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꾸준하게 러브콜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은 관계자는 20일 "이주열 총재가 제롬 파월 의장과 만날 때마다 꾸준히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요구가 있었다"며 "막판에는 전화 통화로 실무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총재와 파월 의장이 국제결제은행(BIS) 회의를 통해 두 달에 한 번,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까지 연간 10회 이상 국제회의에서 만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면서 통화스와프 문제를 설득해왔다고 한다.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논의가 시작된 지 수 주 만에 체결됐다.

지난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설을 통해 그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시장의 기대가 고조됐고 이 총재가 직접 '안전판'으로서 역할을 강조하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긴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외환시장이 불안해졌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상당히 유용한 수단이고 불안한 시장을 잠재우는 훌륭한 안전판이 된다는 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연준은 외환위기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 왔다.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 2008년 10월 30일 3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 이후 두 번째다.

당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유동성 위기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체결된 것으로 현 상황과 비슷하다.

달러-원 환율은 2008년 8월말 1,089원에서 계약 체결 당시 1,468원까지 상승했으나 계약 종료 시점에는 1,170원까지 하락했다.

연준 통화스와프 자금은 2008년 12월 4일부터 2009년 1월 22일까지 5차례에 걸쳐 163억5천만 달러 공급된 바 있다.

일각에서 지난 2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실기론이 고조된 가운데 스와프 시장 붕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현 시장 위기를 해결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특히 단기자금시장에서 달러 조달 여건 악화 신호가 이달 초순부터 급격히 악화되면서 외화(FX) 스와프포인트가 무너졌고 패닉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일 외환당국이 외화 유동성 공급 조치를 발표했음에도 외화자금시장에서 1년 만기 FX 스와프포인트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마이너스(-) 27.00원, 6개월물이 -1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은의 달러 유동성 공급으로 스와프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경우 이날 달러-원 환율도 급락 장세로 최근의 패닉을 일부 되돌릴 전망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자체로 심리적 안도가 제공되면서 롱심리가 꺾일 경우 달러-원은 1,240원 부근으로 낙폭을 키울 수 있다.

전일 달러-원 환율은 지난 2009년 7월 14일 고점 1,303.00원 이후 가장 높은 1,296.00원까지 급등한 바 있다. 장중 50원 넘게 급등했고 마감가 기준 전일 대비 급등폭도 2009년 3월 30일 43.50원(3.13%) 급등한 이후 처음이다.

다만 중장기적인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FX연구원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과연 다이나믹한 효과를 나타낼지 다소 의문이 든다"며 "지난번 금융위기 때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직후 한번은 진정되는 듯하다가 달러-원이 다시 튀었고 유동성이 말라서 재차 연장했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이어 "스와프 자금 600억 달러를 FX스와프 시장에 쏟아부어야 하는데 한은의 결정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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