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확대 재정정책에 따른 국채발행 증가, 속도를 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약세 재료가 부각되면서 채권시장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계절적으로 채권시장이 약한 하반기에 약세 재료가 몰려 급격한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가속도 붙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1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일(한국 시각) 원격 내각회의를 주재하면서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 그것은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지속적인 면역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모더나, 화이자 등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백신 등록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3차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시장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채권시장에 예고된 약세 재료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모건스탠리 등 전망을 보면 백신 개발이 대다수 시장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이뤄질 수 있다"며 "빅 숏을 염두에 둬야 하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매튜 해리슨과 데이비드 라이징어 애널리스트는 지난 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르면 10월 초 3기 임상시험 결과가 나와 일부 백신의 효과가 증명될 것이라며 다만 11월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좋은 임상 결과가 나오더라도 미국 당국의 규제를 거쳐 상용화까지는 기간이 더욱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중 코로나19 백신이 사용 승인을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러시아와 미국의 백신 개발에 경쟁이 붙으면서 미국 식품의약처(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외국인의 변심 가능성…9월 국채선물 만기 주목

10년 국채선물과 국고채 등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의 변심 가능성도 약세 재료로 꼽힌다.

코로나19 여파에 재정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이 크게 흔들리면서 엑소더스가 촉발되고 국내 채권시장에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해 3분기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관찰됐다.

작년 8월 27일 외국인은 원화채를 하루에만 약 1조9천억 원가량 순매도했다. 당시 매도 주체로 추정된 투자자는 템플턴 펀드였다.

아르헨티나 국채 투자 포지션에서 펀드의 손실이 커지자 환매 수요 등에 대응해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좋은 원화 채권을 처분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채권시장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다음 달 16일(최종결제 기준) 예정된 국채선물 만기다. 글로벌 매크로 펀드의 청산이 이뤄지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글로벌 위험 선호 분위기에 트리플 강세가 자주 나타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된 모습이지만, 신흥국 우려가 제기되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3분기에 크게 조정을 받았던 트라우마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채권 딜러는 "상반기에 이익을 많이 본 증권사 등 국내 기관들은 지키려는 심리가 강하다"며 "약세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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