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5조 규모 국채매입 결정 배경과 전망…정례화 가능성 주목
한은 5조 규모 국채매입 결정 배경과 전망…정례화 가능성 주목
  • 노현우 기자
  • 승인 2020.09.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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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이 5조 원 규모 국채매입을 전격 결정한 데에는 최근 채권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향후 한은이 국채매입을 정례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은은 전일 장 마감후 5조 원 내외 국채를 올해 말까지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 4차 추경과 외국인 이탈…기존 예상과 달라진 시나리오

한은은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영향에 국고채 발행이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 당시만 해도 한은은 채권시장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현재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인들이 국고채 수요가 상당히 견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당장 수급불균형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통위를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대거 매도하면서 자금 이탈 우려가 커졌고, 4차 추가경정예산이 전액 국채발행 조달로 정해지면서 시장 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8월 금통위 이후로 외국인은 국채선물을 대거 팔았다"며 "외국인 투자 수요에는 국채매입 기대가 상당 수준 자리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고 10년물 금리는 1.50%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금통위 전일 최종호가수익률(1.405%)보다 15bp 넘게 높은 수준이다. 국고 3년 금리도 0.90%대 후반을 나타내 기준금리와 격차를 45bp 넘게 벌렸다.

특히 계절적으로 채권 수요가 부진한 후반기에 대량 국채 발행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시장 우려가 컸다.

한은은 이러한 점을 반영해 국채매입 관련 시장 대응 수위를 끌어 올렸다. 한은이 단발성이 아닌 특정 기간의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향후 국채매입 정례화할까

채권시장 관심은 향후 한국은행의 국채매입에 쏠린다. 한은이 시장 불안 시 개입하는 단계를 넘어 이번처럼 매입 계획을 일정 수준 미리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내년에도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예고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앞으로 특정 기간 국고채 매입을 정례화하는 조치는 얼마든지 사용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시장금리가 추가로 치솟으면 한은이 국고채 매입을 늘릴 것이라며 매주 1조5천억 원 규모로 실시될 경우 국고채 10년 금리는 6월 말 1.5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시장 개입 효과 극대화를 고려하면 한은이 모호한 전략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외환시장 개입과 마찬가지로 한은이 전략적 모호함을 일정 수준 유지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란 이야기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하는 외환시장에 비해 국채시장은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높아 국채매입 정례화에 대한 예상이 나오는 것 같다"며 "한은은 전략적으로 모호함을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정례 매입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국채매입이 양적완화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한은의 정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국채매입이 양적완화로 채권시장에서 평가될 경우, 한은은 한 차례 정도 더 남은 금리 인하 기회를 날릴 수 있다.

지난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 실무부서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에 "금리 인하 여력이 종전에 비해 제한적이지만 아직 완전히 소진된 것은 아니므로,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가 필요할 경우 우선 금리 인하로 대응하되 기준금리가 실효 하한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되면 비전통적 정책수단의 본격적인 활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일 연합인포맥스와 통화에서 "5조 원 매입 규모에는 올해 말까지 예상되는 수급 이슈가 포함됐다"며 "총재가 말씀하셨듯이 내년에도 시장이 수급 요인 등에 불안한 양상을 보이면 추가로 매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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