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투자의 전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이제 돈 벌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기피 분야에 눈을 돌려 방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로스는 14일 'Tattooed'라는 9월 투자 전망 노트를 통해 "미국 재정 부양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이 끝났다"며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있든, 없든 전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담배와 은행, 특정 유럽 주식과 같은 기피 업종에 눈을 돌려 방어를 해야 한다"며 "인위적으로 낮춰진 실질 금리 이후 경제 번영이라는 정상 복귀의 꿈속에서 치솟지 않았던 유럽 증시에 상장된 외국 회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로스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문신에 비유했다.

그는 "바이러스의 영향은 문신처럼 분명해 보인다"며 "75억 명 이상의 사람들 삶은 믿을 수 없는 방법으로 바뀌었고, 재택주는 급등했고 순환·가치주는 정체됐거나 많은 경우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기 위한 경쟁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그로스는 "내 투자 관점에서 금리, 더 구체적으로는 실질 금리가 기여 요인이었다"며 "주식의 향후 현금 흐름에 수익률 하락이라는 할인 메커니즘이 있고, 성장주는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로스는 "전 세계 경제에 새겨진 문신은 앞으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핌코의 공동창업자였던 그로스는 특히 미국의 경기 부양이 시들해질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경기 부양이 노동자들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고, 글로벌 다른 주식보다 더 높게 미국 주가지수를 떠받쳤다고 본 것이다.

실제 그는 미국 재정 부양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보다 컸고, 이는 실질금리 랠리와 함께 미국 주가지수가 유럽 주요 지수 등 글로벌 주가지수보다 더 높았던 이유를 설명한다고 진단했다.

독일의 5년 만기 국채 연계 수익률이 -115bp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130bp로 더 마이너스라는 데 투자자들이 충격을 받았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3월 위기 저점 이후 미국 5년 실질금리는 놀랍게도 180bp(1.8%)나 떨어진 반면 독일은 60bp 떨어지는 데 그쳤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차이가 이 기간 달러 약세를 포함해 개별 글로벌 지수의 움직임과 관련해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익이나 배당금 할인 모델로 볼 때 유럽 주가와 비교한 상대적인 미국 주가 호조의 최소 20~30%는 여기서 설명이 된다고 강조했다. 나스닥지수와 S&P500은 5%에서 25% 올랐지만 FTSE, DAX, CAC40은 평균 5%에서 15% 하락했다.

그는 "모두 끝난 것은 아닐지라도 재정 부양의 상당 부분은 끝났다"며 "미국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이전에 요구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래에 경제를 계속 부양하기 위해서는 4조 달러 적자에 머무는 게 아니라 5조, 6조 달러의 적자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런 적자를 3조 달러나 2조 달러로 줄이는 것은 이코노미스트들이 말하는 '재정 장애(fiscal drag·재정지출 축소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와 바이든의 꿈이지만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 민간 부문에서 수년 동안 최소 6%에서 7%의 실질 연간 성장률로 만회해야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질 금리는 이 시나리오에서 지속해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로스는 -180bp인 5년 TIPS는이후 -230bp로 이동할 수 있다며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양적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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