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요즘 매니저들, 학습량이 너무 방대하고 또 정교합니다. 옛날에는 공부할 자료가 너무 없어서 문제였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서 문제에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펀드 매니저의 채용이나 트레이닝 과정이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회사의 투자 철학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매니저가 오랜 기간 근무하는 곳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투자 환경에서 강방천 회장이 후배 매니저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 "정과 반에서 합을 도출하듯…"

22일 연합인포맥스 유튜브 채널 '바로미테뷰'와 인터뷰에서 그는 "매니저는 자료를 볼 때 치밀한 현미경과 원대한 망원경을 항상 충돌시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자료를 공부하는 데 매몰돼 하나하나의 숫자에만 집착하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강 회장은 "자료를 많이 안다고 해서 비교우위가 되지 않는다. 요즘엔 핸드폰 안에 다 있지 않은가. 하나의 사실관계를 볼 때도 자신의 관점으로 의심해보고 남들과 다르게 해석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예로 수소와 신재생 에너지를 언급했다.

신재생 에너지를 원자력의 대체재가 아닌 수소에너지의 인프라스트럭쳐로 빨리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수소는 개념적으로 모두가 환호하는 에너지이고 지구상에 풍부하면서 보편적이다. 그러나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었다. 최근 재생에너지가 물 분해 과정에서 활용된다. 가동률이 100%인 재생에너지가 수소의 새로운 기초 인프라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 에너지의 설비 확장은 세계적으로 최근 4~5년 사이 크게 늘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5%를 넘지 않지만, 독일은 30% 이상, 노르웨이는 90% 이상이라고 강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기축 에너지 변화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고, 그 기초 위에서 멋진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회장이 강조하는 현미경과 망원경의 충돌은 정(正)과 반(反)으로 합(合)이 나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정반합은 사회진화 과정의 역사"라며 "최근의 비대면 문화를 보더라도 그동안 대면 문화가 작용의 역사였고 그 끝단까지 오니 비대면이라는 반작용의 질서가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좋은 종목들, 너무 비싸서 못 산다?

개별 기업의 주식을 볼 때는 미래 시가총액을 추정해서 고평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그는 주문했다.

강 회장은 "지금 누구나 아는 '좋은 기업'은 지난 2008~2009년에도 비싸다고들 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최대 10배, PER은 70배까지 가는 데 가치 투자로 합당하나 논란이 있었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보고 미래 수익 가치에 주목해 함께해 왔다"고 회고했다.

당장의 시장 가치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얼마만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그는 "미래 가치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그 산업이 미래에도 존재하는지 즉, 효용과 가격이 합리적이고 관련한 인프라가 형성됐는지 봐야 한다"며 "이어서 산업 내에서 경쟁 구도가 심하진 않은지를 본 뒤에 미래 추정 EPS를 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로 이들을 토대로 미래 PER을 구해 미래의 시총 규모를 가늠한다고 강 회장은 강조했다.

다만, 미래 시총 규모가 크더라도 무조건 매수에 나서진 않는다.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의 기대 수익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애플의 시총이 5조달러까지 간다고 하면, 기간 개념이 들어가야 하지만 기대 수익률을 100%로 볼 수 있다"며 "그렇게 간다고 한들 기대 수익이 200~300% 기업도 있을 수 있다. 애플은 물론 기대 위험이 크지 않지만, 제한된 상방 잠재력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의 플랫폼 혁신을 거쳐 앞으로는 인공지능 혁신에 적응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으로 관측했다. 동시에 국가별로 규제의 강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기준이다.

강 회장은 "미국 증시가 나스닥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했지만, 한국은 수십 년 박스권이었다. 그래서 증권사들 사이에 한국 주가가 미국 주가수익비율(PER)의 절반도 안 돼 싸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지만, 이는 잘못된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상장기업의 이익 품질은 한국 기업보다 월등하다. 국내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PER을 만드는 주동적 힘이라는 전제를 잊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 분산 투자가 중요한 이유

미국 민주당 내에서는 대형 플랫폼 기업의 독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제 등의 미래 재원으로 데이터세와 로봇세가 거론되기도 한다.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산업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미국 민주당은 정부 개입이 기본 정강이라 대선 공약에서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환경 분야에 바이든 후보가 우호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산투자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국민의 DNA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데 정치와 행정이 비역동적이란 비판이 많다"며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데이터세 등이 부과될 경우 투자자는 외국으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회장은 투자자가 신이 아닌 이상 가치 추정이나 가격 반영 시점에 대한 오류에 빠질 수 있고, 그런 이유만으로도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 회장은 마지막으로 "밤마다 치밀하게 개별 기업 분석을 하거나 밤마다 열심히 사람 만나 이야기를 들어도 자기만의 관점을 만들지 못하는 매니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군가를 만날 때도 그 사람의 지갑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효용이 있어서 무슨 인프라가 만들어졌는지를 계속해서 의심하며 사고 과정을 연습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사람마다 치밀하게 보는 뇌 구조가 있고 원대하게 보는 뇌 구조가 있는데, 치밀하게 보는 사람은 원대하게 보는 학습도 하고 원대하게만 보는 사람은 치밀하게 보는 연습도 해야 남들보다 나은 매니저,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ttps://youtu.be/RNVbyWyvQ8Q]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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