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래된 항공 업황의 극심한 침체와 사모펀드와의 치열한 경영권 분쟁 지속이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원(One) 국적항공사 체제'를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이룸으로써 코로나19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국책은행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총 1조8천억원으로, 내년 초 2조5천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한다.

산은은 유상증자로 5천억원, 교환사채(EB)로 3천억원 가량을 한진칼에 투입하며, 한진칼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국내 항공 산업을 살리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국민에게 보답하고,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지키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노선 운영을 합리화하고 중복되는 운영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빅딜로 탄생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톱10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돼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고, 종식 이후 일류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로 국제 여객 수가 9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미주와 유럽 노선,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 등 노선에 집중해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한 효율화를 추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대부분의 나라가 1국적 1항공사로 재편됐고, 최근에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본, 미국, 중국 등에서 항공사 간 통합 논의 진행 중이다.

인천공항 항공기 이착륙 허용 능력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와의 조인트벤처(JV)를 확대하고 신규노선 개발과 해외 환승 수요 유치 등을 통해 외형 성장에 나설 계획이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의 화물 운송을 적극적으로 늘려 흑자를 기록해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조 회장은 올해 2분기 화물기 가동률을 높이고 유휴 여객기를 활용한 화물 공급에 주력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1천4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3분기에도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산은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그룹으로 구성된 3자연합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패배한 후 지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조 회장 측과의 격차를 벌려왔다.

3자연합은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 공개매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지분 격차를 바탕으로 올해 임시 주총 등을 준비하면서 또다시 한진그룹과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을 모색하고 있었다.

3자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 41.3%와 비교해 5%포인트(p) 이상 앞서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전체를 담보로 제공하는 대신 산은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향후 위기관리 능력과 책임경영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해 성과를 보여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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