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내년 국고채 발행이 급증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이벤트가 없다면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국채매입에 소극적 태도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채권시장에서는 내년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은의 태도가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한은, 내년 수급 큰 문제 없다는 시각…변수는 대규모 추경

16일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26일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년 채권시장의 수급 상황을 물었다.

한은 관련 부서는 정부의 국고채 수요 확충 노력 등을 감안할 때 대규모 추경 등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현재로서는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한은 부서 답변대로라면 올해와 비슷한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은은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후 국채 매입을 발표했다.

한은이 최초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 형태의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했던 지난 9월 초도 4차 추경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한은은 당시 올해 말까지 5조 원 내외의 국채매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추경 등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면 현재로선 선제적인 국채매입 발표를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11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확인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채 매입과 관련한 질문에 시장의 수급 불균형 우려가 있지만, 매입 일정과 규모를 미리 발표할 필요가 있는지, 그것이 바람직한지는 고민해보겠다며 정례매입 가이던스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다만 국채매입 확대 주장이 금통위에서 힘을 받으면서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금통위원은 내년도에 국채, 회사채 등 채권의 발행 규모가 늘어나는 반면, 외국인과 국내 장기투자기관의 수요는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시장금리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서 자산매입을 보다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채권시장, 외국인 이탈 촉발했던 8월 금통위 재현 우려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의 판단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 금통위 직후 외국인이 대거 이탈했던 사례도 언급됐다.

이주열 총재는 당시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인들의 국고채 수요가 상당히 견조하다며 당장 수급 불균형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10년 국채선물을 금통위 당일을 포함해 8거래일 연속으로 3만8천532계약 순매도했다. 그 기간 10년 국채 금리는 12.3bp 치솟았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내년 발행 물량은 올해 본 발행에다 네 차례 추경을 더한 것보다도 많다"며 "추가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자본이익 기대도 크지 않아 한은의 역할이 없다면 장기 금리가 크게 치솟을 수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빠른 경기 회복에 따른 약세 압력과 올해 대규모 발행에 이은 누증 효과를 고려하면 한은의 생각이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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