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기침체에도 국민연금 기금은 2020년 기준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액으로 치면 70조원 가까운 수익금이 기금운용을 통해 얻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이래 최상위권에 속하는 성적이며, 규모가 커지면서 초과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둔 자랑할 만한 성과다. 장기 재정추계 전망에서 가정하고 있는 기금운용 수익률이 평균 4.4%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2020년의 성과는 국민연금 재정전망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더구나 2020년 초부터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 얻은 성과라 그 의의는 더욱 크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팬데믹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월한 방역 능력을 보이면서 온전하게 경제를 유지하여 왔다. 2020년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국민연금 기금 운용 성과 면에서나 국가의 비상 상황에 대비한 능력 면에서나 세계적으로 자부할 만한 성과를 함께 거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 팬데믹 상황은 아무리 우리나라가 잘 대처하였다고는 하여도 어려운 사람들은 더욱 어려워지는 고통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국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 고통과 소비 부진으로 인한 많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회피하기는 어렵다. 실업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내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한파로 국민연금 순가입자가 1만3천명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가입자 26만5천명에 비해 가입 상실자는 27만1천명으로 더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가입자 감소는 인구구조의 변화에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당장 순 가입자의 감소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가입 상실자가 증가하면서 당해 연도 수입이 될 수 있는 보험료 역시 감소되었다.

국민연금 기금의 높은 수익률 달성에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이유다. 이들의 어려움은 직접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에 악영향을 준다. 국민연금 제도는 기금운용으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 국민연금의 재정은 운용 수익률 외에도 연금 보험료의 수입과 급여 지출로 구성되어 있다.

어림잡아 일인당 평균 연금 보험료가 2020년 기준 22만7천원 수준을 반영한다면 약 620억원의 수입이 감소한 것이며 연 7천400억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더구나 이 금액은 상당히 장기적으로 납부되는 안정적 수입이다. 연금으로 조기 지출되는 부문은 별개다. 가입 상실자 중 조기퇴직으로 인한 부문이 있다면 예상보다 빠른 연금 급여의 지출로 재정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 것이다. 유입자금의 안정성을 생각한다면 제도의 운용에 핵심으로 작용될 수 있는 부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코로나로 인하여 영업을 하지 못한 수많은 자영업자와 그에 따른 종업원들의 소득 하락이 예상되며, 납부 유예신청 등으로 국민연금 재정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물론 기금운용을 통한 70조원의 성과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그러나 2020년의 수익률은 통상적인 성과는 아니다. 위기 상황에 거둔 기록적인 성과이며, 일반적으로는 운용 수익률 변동은 심한 편이다. 기금 규모가 커지고 위험자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부침은 심해질 것이다.

국민연금이 실업문제나 경기 침체 등에 대한 책임까지 감당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 재정의 핵심 요소는 기금운용 수익보다는 보험료 수입과 지출이라는 점은 감안한다면 가입자의 고용유지와 소득 보존을 위한 노력도 투자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이 공적연금이기에 생각해야 하는 부문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부문에서 현재의 수익성 외에 보다 넓은 범위의 책임성이 수반되는 기금이기 때문이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국민연금 기금운용 측면에서 크게 주목을 받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다른 일반 펀드나 기금에 비해 국민연금이 ESG 원칙에 근간한 책임투자가 절실한 이유다. 국민연금의 ESG 투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은 증명된 사항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가입자 혹은 수급자인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에게는 가입자 보호를 위한 투자원칙의 중요성이 더해진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ESG 경영에 따른 외부효과 및 시장 전체에 대한 영향과 함께 자본시장의 효율성까지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연금 가입자의 범위가 현행 연금보험료 납부자 외에 연금 수령자 및 미래 연금가입자까지도 포괄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대상 근로자들 역시 국민연금의 가입자이며, 투자대상에 의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그룹 역시 동일한 가입자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성격으로 국민연금 기금은 일반 자산운용사들과 차별되는 투자지평을 가지고 주주권 행사 기준을 마련하여 사회경제적으로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면이 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절대적인 수익률을 추구하기보다는 '공공성'의 원칙이 포함된 이유다.

연금이 소진된 이후 재정으로 연금 지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재정에 대해 걱정은 하면서도 실제 제도의 건강함을 뒷받침하기 위한 가입자의 이익을 다소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그동안 기금운용 성과에만 너무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뒤돌아볼 때다. 기금운용과 제도운영은 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대륙의 일부다.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투자정책전문위원장)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