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중앙은행이 돈 많은 사람들만 좋으라고 저금리를 유지하진 않는다. 향후 이에 대한 규제가 사회적 의제로 나타날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증시의 중장기적 리스크로는 증세 이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장기적 저금리 기조를 밝히며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정부에서 팬데믹 이후 부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유동성을 풀었지만, 격차는 줄지 않고 정부 부채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규제 및 증세 리스크가 시장에 다가올 수 있다고 김학균 센터장은 진단했다.

그는 올해 증시 변수로 경제 회복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금리가 완만하게 오르면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급격히 오를 경우 자산가치에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장세에서는 성장주 투자도 좋지만, 배당주와 가치주 등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신규 진입한 투자자들에게는 작년 증시를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고, 자신이 공부해서 얻은 적정 기업가치를 다른 투자자들이 알아봐 줄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를 거쳐 지난 2018년부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다음은 김학균 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사업이 다변화하면서 성장주와 가치주 경계가 모호한데 이에 대한 구분은 어떤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은가.

▲구별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는 밸류에이션이 높은 게 성장주, 낮은 게 가치주다. 밸류에이션을 높게 주는 건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성장할 거란 기대가 투영되는 것이다. 다만, 최근 기술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성장과 가치가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전통 비즈니스 산업도 신성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가치주 중에서도 성장성 높은 종목으로 성장주 지수와 가치주 지수 모두에 들어간다. 과거처럼 명확하게 나뉘지 않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높은지 낮은지로 구분하는 게 좋을 것이다.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성장주가 강세를 보였다. 올해는 가치주가 강세를 보이는데 어떤 차이에서 로테이션이 생겼다고 보는가.

▲금리가 오를 때 성장주 주가가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경기 사이클에 상관없이 장기 성장성을 보고, 그것이 성장주 주가에 투영된다. 금리가 오르는 것은 경기가 좋기 때문인데, 이때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성장주보다는 실질적인 손익이 있는 경기 민감주가 강세를 보인다. 최근 금리가 오르며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성장주 강세가 팬데믹 이후 나타난 건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페이스북,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FANG 기업을 비롯한 성장주가 적게는 50배 많게는 200배까지 올랐다. 최근엔 장기적인 가격 부담이 금리 상승을 매개로 가격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성장주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이후 반독점에 강경한 입장인 인물들이 정부에 들어가며 규제 리스크도 주가 조정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간 주가가 오른 것을 생각하면 성장주 주가가 많이 내려간 건 아니다.

-시장에서 금리를 주목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는 요인은 무엇인가.

▲경기가 좋아져서 그렇다. 백신 접종 확대되고,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 공언, 부양책 통과 이후 경기가 좋아질 거란 기대가 투영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경기가 좋아지면 돈을 푸는 정책의 정당화가 힘들어진다. 동시에 팬데믹 이후 이례적인 저금리 정책이 지속할 것인가 하는 우려도 있다. 중앙은행과 시장의 밀고 당기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파월 연준 의장이 경기가 좋아질 것이고 큰 폭의 인플레이션도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중앙은행의 발언과 지표, 인플레이션을 보고 시장 참가자들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올해는 금리가 조금 더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도 그만큼 기업의 이익 개선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장 불안 요인은 왜인가.

▲물가 상승은 경기가 좋다는 신호다. 경기 좋은 건 본질적으로 나쁜 건 아니다. 작년 경기가 나빴다가 올해 좋아질 거란 기대는 백신 접종 확대 때문인데 작년 10월까지는 백신 자체도 불안했다. 시장에서는 경기를 본 게 아니라 저금리를 본 것이다. 지금은 저금리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이 양적완화하고 저금리 만들어지면서 경기 요인도 있지만, 저금리 환경이 주식뿐 아니라 모든 자산 가격 끌어올린 핵심 동력이다. 시장 반응이 이상한 건 아니다. 경기 좋지만,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깨질 수 있다는 게 본질적인 요인이다. 지금은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경기보단 금리 요인이 주요하다고 본다.

-연준이 저금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국내 증시에서도 가치주가 더 오를 수 있는 환경이 될까.

▲밀당이라고 본다. 파월 의장이 말한 건 금리 인상 요인이 된다. 경기 좋을 거라고 하고, 그런데도 구조적 인플레는 없다고 한 건데, 제 생각에는 시장이 평가하기 힘든듯하다. FOMC 초기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본질적으로 밀고 당기는 과정인 셈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중앙은행의 의중을 알아채려 노력할 것이다. 자생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경기도 좋아지며 금리는 더 오를 것. 경기 민감주들이 성과가 나는 환경이 될 수도 있다.

-올해 금리 상단은 어느 정도로 보시나.

▲올해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 근처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 양회 이후 정책과 기술 기업 규제, 미국과의 관계 등은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중국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작년 4분기 코스피 상승할 때도 중국은 그 정도 상승세는 아니었다. 중국은 성장주 주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내부 부채 문제가 심각하니, 경기가 좋을 때 이 문제를 보고 가겠다는 것이다. 시장의 성장주 기대치와 중국 관료들의 생각에 괴리가 있다. 사회주의국가다 보니 관료의 말을 더 잘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 중국 경제가 대단히 뜨거울 거 같진 않다. 우리는 미·중 관계에서 피해를 본 국가인데, 바이든 정부에서도 그 관계가 좋아질 건 아니라고 본다. 향후 논의 테이블보고 상호 컨센서스가 도출되느냐가 문제다. 본질적인 타협은 아직 힘들지 않겠나.

-올해 국내 주식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변화 요인, 리스크 요인은 어떤 부분인가.

▲올해 내내 미국 국채 금리가 중요하다. 금리 상승 진화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노력, 경제지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에서 밀당이 진행될 것이다. 완만하게 상승하면 경기에 반응해서 오르는 것이니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주식이 괜찮고, 가파르게 오르면 증시 조정이 있을 것이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증세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투자자 늘긴 했지만, 투자 안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미국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자산 가격이 오르는 건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돈 있는 사람이 투자하기 때문이고, 가격이 오르면 부의 불균형이 커진다. 정부가 이를 완화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 부채도 늘고 있다. 크게 보면 증세 이슈가 사회적 의제가 될 것이다. 이미 영국은 법인세 인상을 밝혔다. 중앙은행이 자산가들에게 좋은 저금리 환경을 만들었는데, 자산가만 좋아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 자산 격차가 커서 돈 번 사람에 대한 규제도 클 거고, 미국 FANG 등 과세도 강화되고 있어 길게 보면 증세와 규제 리스크가 위험이라고 본다.

-코스피가 3,000포인트대에서 횡보하고 있는데, 향후 상승 혹은 하락 모멘텀은 어떤 점을 주목하고 있으신가.

▲금리가 완만하게 오르면 경기 호조를 주식 시장이 반영할 것이다.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투자자들 열심히 주식하고 있고, 많이 사니까 예탁금도 줄었다. 올해도 30조 원 넘게 들어왔는데 구조적인 머니무브라고 본다. 금리가 구조적으로 낮아져서 최근 올라도 금리 레벨 자체는 낮다. 머니무브가 증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리스크 요인도 역시 금리다. 주식뿐 아니라 거의 모든 자산 심지어 암호화폐까지도 조정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배터리 논란을 보고 있는데 성장주의 스토리 라인은 좋지만, 본질적으로 안 가본 영역, 불확실한 영역이다. 밸류에이션은 높아서 성장주 주가가 압도적으로 올랐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미국의 반독점 기업에 대한 강경 태도도 주식시장 내재 리스크다.

-월평균 거래대금도 줄며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도 이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외국인 자금 유입도 적은 상황에서 수급 문제가 증시에 영향 미칠 수 있는 부분인가.

▲주가가 오르면 연기금에서 매도할 것이고,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은 적고, 미국 경제가 좋아서 달러 강세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도 증시로 오기 힘들다. 작년처럼 개인이 얼마나 들어오는지가 중요하다. 올해 1월이 예외적인 상황으로 봐야 한다. 거래대금과 주가의 인과성은 크지 않다. 뜨거울 땐 많고, 횡보하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거래대금은 시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듯하다. 개인이 주식 비중을 늘리는 흐름은 이어질 것이다.

-최근 관심 있게 보는 섹터, 투자 자산은 어떤 것이 있으신가.

▲여전히 주식이 좋다고 본다. 주가가 뛰다 보니 배당 등 전통적 투자 기준이 주는 중요성이 과거보다는 덜 부각되는 듯하다. 여전히 저는 4% 이상 주는 배당도 있어 스타일의 다변화 필요하다고 본다. 올해는 경기 민감주 좋아 보이고, 배당주도 좋다. 개인이 접하긴 힘들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는 투자 트렌드 확산하고 있어 이런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추천하는 투자 포트폴리오가 있으신지. 지금 장세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저금리 장기화 가능성 높아 주식이 비중 적다면 등락과 상관없이 조정 시 비중을 늘리는 게 맞다. 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식이라면 올해는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성장주는 주가 오르면 좋아 보이는데 변동성이 크다. 닷컴버블 때도 아마존 주가는 100달러에서 9달러까지 하락했다. 성장주 집중 포트폴리오는 배당 등 스타일 다변화 필요하다. 분산이 중요하다.

-투자자에게 투자 조언을 한다면.

▲작년부터 투자하는 사람이 많은데 굉장히 좋은 일이다. 투자 결단은 좋지만 작년 같은 시장을 보면 원래 주식시장이 이렇지는 않다. 사자마자 오르는 것은 예외적이다. 저는 주식은 울퉁불퉁한 길에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성이 아니라 잘 모르는 영역이다. 내 생각대로 안 돼도 버티는 게 중요하고, 현금 가지고 기다리는 것도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1년 경험치로 시장 보면 안 되고 시간을 이길 수 있는 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숙고해서 주식 매입하거나 시장에 투자하면 주식이 좋은 자산이 될 것. 기본적으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건데 가격을 보는 건 본인의 판단이다. 문제는 다른 사람이 가치를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저평가임을 아는데 다른 사람이 제값을 쳐줄 거냐 하는 건 내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적정 가치를 찾을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한데 작년은 그렇지 않았다. 긴 시각에서 봐야 한다.



[알립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과의 인터뷰 영상은 연합인포맥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sylee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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