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계획안이 구체화하며 채권시장에 미칠 파급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 규모와 자금 조달 구성, 중앙은행의 협력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채권 금리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다.

3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총 2조2천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이번 인프라 투자 계획 발표에 수반되는 2조달러라는 비용에는 상당한 기타 비용, 특히 장기 금리 상승이라는 비용이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정책은 오랜 세월의 채권 강세 흐름을 뒤바꾸고 있다.

스리-쿠마르 글로벌 스트레터지스의 스리-쿠마르 대표는 "4년간 고수했던 금리 하락세 전망이 민주당의 백악관과 의회 장악을 계기로 바뀌었다"며 "처음에는 10년물 국채금리가 1.5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다 1.75%로 수정했고, 이제는 2%가 다음 수준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인프라 투자 계획이 채권 약세 재료인 이유는 무엇보다 투자 규모 때문이다.

최근 통과된 1조9천억달러의 경기 부양책과 이번 인프라 투자 계획을 제외하더라도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연말이면 미국 정부 부채가 GDP의 13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세금 인상을 통한 자금 마련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재정 충당을 위한 세금 인상 법안을 준비 중이다. 법인세를 기존 21%에서 28%로 올리고 연간 수입 40만달러 이상의 개인에 대한 최고 세율을 37%에서 39.6%로 인상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미국 세무정책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세금 인상으로 10년간 총 1조달러의 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배런스는 "세금 인상에 대한 법안 통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리-쿠마르 대표도 "공화당이 증세를 거부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야심 찬 지출 계획은 세금 인상으로 충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든 정부의 계획안 구성을 보더라도 채권 금리 상승 압력이 우세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이 주로 기업과 고소득층에 혜택을 준 것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의 투자 계획은 지급된 현금을 소비할 가능성이 훨씬 큰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겨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배런스는 "재정 적자 문제는 채권시장이 다루게 됐다"며 "정부의 차입이 10년물 금리를 2%를 넘어 3%까지 끌어올리는지 여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정부의 차입 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실제 지난 1942년과 1951년에도 각각 제2차 세계대전과 전쟁 직후의 상황에 대응해 중앙은행은 채권 금리 수준을 통제한 바 있다.

B.라일리의 마크 그랜트 수석 전략가는 "연준이 채권 커브를 통제하면서 재무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번 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온라인 연설에서 "재정 적자와 부채 상환 문제는 우리의 정책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스리-쿠마르 대표는 "연준이 채권 금리에 인위적인 상한선을 두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상한선이 없어지면 더 큰 급등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지난 1951년 연준이 국채 금리 고정화(pegging)를 중단했을 때도 금리의 급등세가 이어진 바 있다.

배런스는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크게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은 수년 전부터 강하게 제기됐었다"며 "가치 있는 투자에는 대가가 따르는데, 그중의 하나는 채권 금리 상승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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