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시장이 이달 들어 강세 흐름을 이어가면서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쉽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가 큰 호조를 보이는 상황 속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한 달 가까이 꾸준히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20일(현지시간) "(최근의) 금리 하락세는 채권시장의 퍼즐"이라며 "투자자는 장기 채권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지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지난달 말 1.78%에서 꾸준히 하락해 현재 1.56%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시장의 투자 성과는 개선되고 있다.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달 들어 2.6%의 수익률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소매판매와 고용 등의 경제 지표 호조에도 금리가 하락한 것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금리 하락 배경을 찾는 것은 향후 금리 방향성 탐색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BCA리서치는 미국 국채의 강세 흐름이 부분적으로 경제지표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시장이 이미 견조한 경제 성장에 베팅하고 있어 채권을 추가로 팔 이유가 없다는 게 이 기관의 설명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채권 금리 상승에 이미 베팅을 하고 있었던 만큼, 경제 지표 호조에도 추가 베팅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BCA리서치는 "시장은 1분기 급격한 채권 매도를 통해 경기 강세에 베팅했다"며 "채권시장은 향후 5년간 2.6%의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고, 파생상품시장에서는 내년 12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2023년 세 차례 추가 인상까지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관은 "이런 금리 인상 주기는 미국 경제가 매우 강력하게 회복할 때만 나타난다"며 "시장의 이런 기대는 합리적이고, 지금까지의 경제 지표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다만, 금리 기대치를 추가로 높일 만큼 지표가 강력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채권 매도세를 끝났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BCA리서치는 "5~6월 경기 성장세가 더욱더 살아날 수 있고, 그러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예상보다 빠르게 긴축을 논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경제 지표에 따라 연준이 연말께 매파적 기조로 돌아설 수 있고, 이럴 경우 채권시장은 추가적인 매도세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채권 강세 흐름을 거시경제 이외의 기술적 요인 때문으로 바라보는 곳도 적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유럽의 백신 보급 속도가 개선되며 글로벌 성장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졌다"며 "이에 따라 유럽지역의 국채는 미국 국채와 비교해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자산운용사들이 높은 벨류에이션의 주식을 피하고자 안전한 채권으로 돌아서는 것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투자자와 연기금 펀드 등의 수요를 지목했다.

골드만은 "향후 채권금리 상승을 예상하기보다는 기존의 전망치를 벗어난 급격한 금리 급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은 올해 금리가 급등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배제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BOA와 골드만은 올해 채권금리가 일정 수준 상승할 수 있지만, 시장의 우려를 키울 만큼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다만, 배런스는 "만약 현재 채권 강세가 그동안의 경제 성장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이라면, 추가적인 경제성장이나 연준의 매파적 기조 등에 방향성을 빠르게 되돌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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