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특수목적인수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이 정크본드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부실기업을 돕는 것은 물론 정크 기업 채권과 대출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이익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백지수표 회사로도 알려진 인수합병전문회사(SPAC)는 올해 약 1천억 달러의 주식을 발행했다. 사상 최대치다. 조달된 자금으로 SPAC은 비상장 기업을 인수해 기업 공개에 나선다.

일부 SPCA은 신용등급이 낮은 투자등급 이하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쌓아놓은 현금을 활용해 부채를 상환하고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주력한다.

전문가들은 주식 공모 자금이 1990년대 닷컴 붐 이후 볼 수 없었던 속도로 투자등급 이하의 회사로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년 전 닷컴버블 이후 주식시장 열기가 채권시장, 채권 투자자의 이런 활동을 부채질할 만큼 뜨거웠던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마켓엑세스에 따르면 위워크 채권을 가지고 있던 뮤추얼펀드 매니저들은 1월 SPCA과 합병을 시작한 이후 25%의 장부 차익을 얻었다. 정크 신용등급의 기업들은 통상 합병으로 인한 경영권 변화가 일어날 때 프리미엄으로 채권을 사들여야 한다.

어드밴티지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신용평가회사가 디폴트 위기에 빠져있다고 경고한 사익스테라 테크놀로지의 대출은 SPAC 중 한곳과 합병하기로 합의한 뒤 2월에 16% 상승했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앤더슨 신용 리서치 매니징 디렉터는 "지금 하이일드 시장에서는 1990년대 후반 일어났던 데자뷔가 많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움직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기업공개(IPO)로 뛰어들고, 모멘텀 트레이딩도 늘리면서 SPAC 호황세가 나타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IPO와 SPAC 거래에서 조달된 자금은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약 2천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2020년 전체와 맞먹는 규모다.

또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치솟아 시장 거품이 일었던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신주 매각이 정크본드 발행을 앞질렀다. 높은 주식 밸류에이션으로 신주 매각이 더 매력적으로 되면 주식 공모는 늘어나고 정크본드 거래 속도는 줄어든다.

화이트 오크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안드레 하카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높은 가격은 과도한 위험 감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SPCA은 과잉 포화상태이며, 모기지 위기 전 무일푼으로 여러 채의 집을 샀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고 우려했다.

최근 SPAC 시장은 과열 우려 속에서 신규 딜 속도가 더뎌지고 주가가 내려가면서 약세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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