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6.40위안 부근에서 등락하며 지난 2018년 6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이 낮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현재 달러-위안 레벨은 52주래 최고치인 7.09위안과 비교하면 11%가량 낮은 것이고, 52주래 최저치인 6.35위안과 견주면 불과 0.6% 높은 것이다.

지난달 31일 인민은행이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외화예금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강력한 정책 수단을 꺼내 들어 위안화 강세 흐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핫머니 유입과 수출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조치는 자국 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외화 지준율을 기존 5%에서 7%로 2%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골자로, 이날부터 시행된다.

위안화 강세 저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국의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인민은행 외환관리국 사장(국장)을 지낸 중국은행 관타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차이신과 인터뷰에서 인민은행이 이번에 '위안화의 너무 빠른 가치 상승을 용인하지 않고 필요할 때는 반드시 개입한다', '중앙은행이 개입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개입하면 과감하게 한다'는 두 가지 메시지를 냈다고 분석했다.

그간 환율을 최대한 시장 형성에 맡기겠다면서 관망 태도를 보이던 인민은행은 외화 지준율 조정 발표에 앞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하순에는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중국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다. BNP파리바 에셋매니지먼트의 폴 샌두 헤드는 달러-위안 환율이 6.4위안을 하향 돌파하고 상당 기간 여기에 머무른다면 그들은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10일에는 인민은행 부행장을 겸하고 있는 판궁성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국장이 한 포럼에 참석해 6월부터 8월까지는 해외에 상장된 기업의 배당금 지급, 해외기업의 소득 송금, 유학생들의 학비 지급을 위한 외환 마련 등으로 계절적인 외환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환율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는 기업, 은행, 감독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외환시장의 이런 모습은 시장 안팎에서 당국의 움직임이 종종 관측됐던 과거 서울 환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를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가 소위 '최중경 라인'이다. 최중경 라인이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2000년대 초반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상당 기간 '환율의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1,140원 선을 말한다. 1997년 외환위기로 한차례 급등락을 거친 달러-원 환율은 2002년 3월 말 1,32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달러-원 환율은 2007년 10월 31일 장중 899.60원을 찍을 때까지 약 5년 6개월간 지속적인 하락 흐름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외환당국이 원화 강세를 한동안 강하게 막아섰던 때가 있었는데, 이때가 최 전 장관이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근무하던 때였다. 당국은 2004년 10월 25일 결국 1,140원 선을 내줬지만, 그 이전 몇 달간 해당 레벨의 수성을 위해 계속 시장에 참여했다. 당시 최 전 장관은 "원화 값 강세를 막는 개입을 위해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최틀러'의 이미지를 굳혔다. 이때 시장 참가자들에게 심어줬던 강렬한 인상 때문에 최중경 라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재무부는 작년 말 환율 보고서에서 중국이 환율과 관련해 제한적인 투명성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인민은행과의 관련성, 국유은행의 외환 활동, 중국 밖의 위안화 시장에서의 중앙은행 활동을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경제 회담이 재개된 가운데 베이징 당국이 불투명한 환율 메커니즘을 고집하는 것은 중국의 환율 관리 문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 중국은 2017년부터는 자본계정의 개방에 중점을 두겠다면서 환시 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2019년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가 작년 1월 해제했고, 이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고 있다.(국제경제부장 이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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