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독립기념일 연휴 전인 지난 2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금리는 1.4% 선을 턱걸이하면서 최근의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6월에 비농업부문 고용이 85만 명 늘어났지만, 아직 전반적인 고용 상황 개선을 확신하긴 이르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특히 실업률이 문제였다. 6월 실업률은 5.9%로 전월 5.8%보다 악화했다. 전망치는 5.6%였다.

고용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점칠 수 있게 하는 핵심 지표다. 연준이 자산 매입 프로그램 축소(테이퍼링) 선언을 앞둔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고용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최근 몇 개월간 관련 지표는 시장을 움직이는 동인이 되기보다는 통화정책 정상화에 있어 연준의 발걸음을 늦추는 재료로 작용해 왔다.

상황이 호전되고 있지만, 가계 부문 노동 수급의 불균형이 잔존해 있고 이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680만 개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최근 미국 내 고용 상황에 대한 총평이다. 이 때문에 신속한 통화정책 정상화보다는 점진적 정상화라는 기존 전망이 유지됐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와 개인소비지출(PCE) 등 다른 주요 지표도 최근 시장에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5.0% 상승해 2008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당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던 때다. 그러나 이 재료 역시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최근 나타난 가파른 물가 상승세는 팬데믹 기간 비정상적으로 내려간 수치와 비교한 데 따른 것으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PCE 물가는 5월에 전년 동기 대비 3.4% 올라 1992년 이후, 근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노동부의 CPI가 포함하지 않는 가격 변동을 반영하기 때문에 연준은 이 지표를 주의 깊게 워치한다. 그러나 이 재료 역시 가격 변수를 급등락하게 하지는 못했다. 5월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은 시장이 예상한 수준으로, 테이퍼링 개시의 명분이 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진단이 나와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현지 시각으로 오는 7일, 우리 시간으론 8일 새벽에 발표될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집중되고 있다. 연준이 6월 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를 어디까지 진척시켰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 FOMC 회의 후 기자들에게 "테이퍼링 문제를 논의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의 발언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4월 FOMC 정례회의 이후 시장을 놀라게 한 파월 의장의 언행 때문이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는데, 이후 공개된 의사록에선 다수의 참석자가 다가오는 회의에서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6월 회의에서도 연준 위원들이 테이퍼링에 대해 파월 의장이 기자들에게 언급한 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논의했을 수 있고, 이것이 의사록을 통해 밝혀진다면 국채 금리와 달러화는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다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오는 8월 와이오밍주 잭슨홀 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 축소 계획을 발표하고,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이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6월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2023년으로 앞당긴 바 있다. 연준은 매달 100억 달러씩 12개월, 또는 200억 달러씩 6개월에 걸쳐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테이퍼링 방식에 대해서는 주택시장 과열을 고려해 주택저당증권(MBS)을 먼저 축소하자는 방법과 MBS와 국채를 동시에 축소하자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6월 FOMC 의사록 공개가 큰 장이 서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또 한 차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주목된다. (국제경제부장 이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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