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카카오뱅크의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26일 증권가에서 첫 매도 리포트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간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거품 논란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2만4천 원이다. 확정 공모가 3만9천 원의 62%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시장의 기대를 선반영했다고 판단했다. 플랫폼을 활용해 비이자이익 확대, 높은 대출 성장 지속성,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특히 장외시장 일평균 체결 건수를 기반으로 한 장외가 34조 원은 어이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높은 프리미엄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수지만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그가 제시한 목표가 2만4천 원은 카카오뱅크의 올해 예상 자본총계 5조5천800억 원 대비 목표 PBR 2.0배를 목표 시가총액 11조3천억 원에 적용해 산출됐다.

김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이익의 대부분은 이자 이익에서 창출된다"며 "플랫폼을 활용한 비이자이익은 미미한 상황이다. 공격적인 성공을 가정해도 상장 은행 규모의 비이자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카카오뱅크에 대한 거품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는 소모적인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국내 상장 은행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의 멀티플은 과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보유 자본 대비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아 향후 성장률에 대한 가정이 실적 추정의 핵심 변수"라며 "주식의 선행적인 특성을 감안해도 현재의 기업가치가 정당화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미국의 로켓컴퍼니, 브라질의 페그세구로 디지털, 러시아의 TCS홀딩스, 스웨덴의 노르드넷 등 4개 사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전통적인 은행의 영업 방식으로 이익을 내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내달 5일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모주의 기관 배정분 대부분을 외국계 주관사의 몫이 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지난 24일 카카오뱅크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6천545만 주 규모의 신주 공모 중 55%(3천599만7천500주)가 기관 몫으로 배정됐다고 공시했다. 해당 기관 물량의 88%는 크레디트스위스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이 가져갔다. 외국 기관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상장 직후 곧바로 차익실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공모주 청약 첫날 '따상'을 기대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은 엄청났다.

이날 오후 12시 기준 평균 경쟁률은 20.15대 1로 집계됐다.

공모 물량을 가장 많이 가져간 대표 주관사 KB증권의 청약 경쟁률은 20대1, 한국투자증권은 15.75대 1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35.55대 1, 현대차증권은 9.31대1로 집계됐다. 첫날 오전에만 6조 원에 육박하는 증거금이 모인 셈이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급 효과 등으로 상장 초기 주가의 오버슈팅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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