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해마다 8월이면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 '잭슨홀(Jackson Hole)'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학자 등 경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금융시장 현안과 정책을 논의하는 잭슨홀 미팅이 열리기 때문이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주관하는 이 회의는 2005년 인도 중앙은행 총재의 금융위기 가능성 경고, 2010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시사 발언 등 파급력 있는 발언들이 이어지며 영향력을 키웠다.

이 회의는 작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됐고, 이 때문에 비공개로 진행되던 회의 장면이 화상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캔자스시티 연은은 지난 5월 '(잭슨홀 미팅이) 모든 안전 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2년 만에 대면 회의로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잭슨홀 미팅은 이달 26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데, 최대 관심사는 연준이 대규모 채권 매입 축소(테이퍼링) 계획을 구체화할지 여부다. 올해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향후 테이퍼링 논의 가능성이 처음으로 언급된 이후 시장에선 잭슨홀 미팅이 개최되는 8월이 테이퍼링이 공식화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테이퍼링 개시 시점과 관련해선 시장 컨센서스가 내년 초에서 올해 가을로 서서히 변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두 달 연속 고용 지표가 전망치 이상으로 잘 나오면서 연준이 올해 가을에 통화정책 정상화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 등은 각각 최근 발언에서 가을 중 테이퍼링 시작을 촉구했다.

이에 더해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6일 연준 고위 인사들이 경제 회복이 계속된다면 3개월 뒤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기로 합의하는 데 근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이르면 11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개시할 가능성이 커졌고, 일부 인사들은 테이퍼링 절차를 내년 중반까지 모두 마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일정이 구체화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일찌감치 매파적 성향을 드러낸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는 '10월 테이퍼링 개시' 주장을 내놓으면서도 통화정책 조정계획의 발표 시점을 9월 FOMC 회의로 꼽았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도 언론 인터뷰에서 9월 FOMC 회의 전까지 테이퍼링 시작을 위한 고용 기준이 충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의 발언은 모두 연준이 8월 고용지표를 확인한 후 통화정책 전환 계획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욱이 연준이 테이퍼링과 관련해 좀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최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9월 고용 지표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경제 상황 악화 가능성을 감안해 연말이나 연초까지 테이퍼링 구체화 시점을 미루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연휴 기간 중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는 등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번 주에는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구체화가 최대 화두로 등장할지 여부를 가름할 두 가지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17일 오후 1시 30분부터 교사 및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타운홀 미팅을 한다. 하루 뒤인 18일에는 FOMC 의사록이 공개되는데 의원들이 나눈 발언 속에 테이퍼링 시점에 대한 신호가 담겨 있을 수 있다.

연준 인사들의 연이은 매파 발언에도 파월 의장은 아직 매의 발톱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7일 타운홀 미팅에서도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올해 잭슨홀 미팅은 명확한 테이퍼링 신호가 빠진 '말의 성찬'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파월 의장이 미국, 더 나아가 전 세계의 통화정책을 선도하는 연준이라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정책 변환점인 올해 하반기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국제경제부장 이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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