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법인 내년 1월 출범…전주페이퍼 등 리스크 헤지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의 합병은 '규모의 경제가 주는 시너지'로 요약된다. 그룹의 자산운용 역량을 한데 모아 금융지주 산하의 자산운용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합병 이후의 방향성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아직은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아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은 전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신한대체투자운용을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합병비율은 1대 0.44다.

이날 기준으로 신한자산운용의 총 운용자산(AUM)은 72조4천225억 원, 신한대체투자운용은 6조5천271억 원이다. 내년 1월 출범하게 될 합병법인의 AUM은 자연 증감분을 고려해 약 8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합병법인은 자산운용 업계 최초 AUM 300조 원 시대를 열었던 삼성자산운용(295조 원·9월 14일 기준)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160조 원), 한화자산운용(112조 원), KB자산운용(110조 원)에 이은 업계 5위다. 한국투자신탁운용(65조 원)의 규모를 고려하면 내년부터 신한자산운용은 '빅 5'의 순위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 왜, 합병하나

사실 양 사간 합병 시나리오는 올해 초 신한자산운용이 BNP파리바와의 지분 정리 작업에 착수하는 과정에서부터 논의돼왔다. (연합인포맥스가 1월 15일 송고한 '조용병의 자신감…20년 한불 합작 왜 끝냈나' 제하의 기사 참고)

그룹의 자산운용 사업 부문의 리빌딩을 진행해온 신한금융지주[055550]는 지난해부터 신한대체투자운용의 자산 일부를 당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現 신한자산운용)으로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주식과 채권 등의 전통 자산과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 실물자산으로 운용의 영역을 나눠 그룹 내 자산운용 자회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BNP파리바의 반대에 부딪힌 당시 자산 양수도는 무산됐다.

결국 1천800억 원 수준의 비용을 들여 BNP파리바를 떼어낸 신한자산운용은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합병, 하나의 자회사 안에서 자산군별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는 비은행 강화를 내세운 금융지주가 자산운용 자회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최근의 추세를 고려하면 당연한 선택이다.

KB금융지주[105560]는 지난해 보험 자회사의 운용 자산을 대거 KB자산운용으로 이관했다. 그 덕에 이들의 AUM은 100조 원을 훌쩍 넘겼다. 그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자산운용 자회사를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당시 KB금융의 선택은 금융지주 산하 자산운용사의 적잖은 부러움을 샀다.

신한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 간 합병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특히 오렌지라이프(現 신한라이프)와 네오플럭스(現 신한벤처투자) 등 자산운용 영역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을 공격적으로 해온 신한금융지주에 그룹 내 자산운용 전문성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 제2의 전주페이퍼 나올라…'합병 취소' 삼성운용의 교훈

하지만 태생적으로 리스크 테이킹이 수반되는 신한대체투자운용의 자산 성격을 고려하면 합병 법인이 감내해야 할 위험도 적지 않다.

전주페이퍼 투자 건이 대표적이다.

신한대체투자운용은 신한PE 시절이던 2008년,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 등과 함께 4천6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꾸려 전주페이퍼 등에 투자했다. 당시 모건스탠리PE와 함께 투자한 덕에 신한PE는 전주페이퍼 지분 42%(약 1천200억 원)를 확보했다.

이후 펀드는 여러 차례 엑시트에 실패하며 10년 넘게 만기 연장을 거듭하다 지난해 국민연금 등의 요청으로 신한대체투자운용이 이들의 지분을 떠안았다.

새롭게 결성된 '신한 제2호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432억7천713만5천 원(소유 지분율 66.3%) 이다. 현재 이 펀드는 공동 투자자와 주주 간 계약상 지분 매도 제한 조건 탓에 회수 예상 시점을 확정할 수 없다.

물론 전주페이퍼 투자 실패만으로 신한대체투자운용을 폄하하기엔 무리가 있다. 당시 전주페이퍼와 같은 펀드에서 투자했던 에버다임, 이투스 등은 괜찮은 수익률로 엑시트에 성공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1세대였던 신한PE가 2004년 출범한 이래 2017년 신한대체투자운용으로 변신하면서 투자의 성격도 달라졌다. 사모 주식에 투자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신한대체투자운용 AUM 61%는 특별자산, 37%는 부동산으로 구성돼있다.

다만 향후 금리 상승이란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부동산과 인프라 중심의 투자가 전통적인 투자자산에 비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현실이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삼성헤지자산운용과의 합병 계획을 철회한 것도 시사점이 명확하다.

금융당국의 육성 방침에 따라 한국형 헤지펀드의 장밋빛 미래가 내다보였던 2017년 야심 차게 출범했던 삼성헤지자산운용은 예상과 달리 시장의 부침이 거듭되자 지난해 4월 삼성자산운용과의 합병을 추진했다. 하나의 자회사 안에서 자산운용 시너지를 구축하는 게 별도의 자회사를 두는 것보다 실익을 얻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라임사태를 계기로 시장이 극도로 위축되자 합병 계획은 석 달 만에 연기됐고 지난달,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자칫 삼성헤지자산운용의 리스크가 삼성자산운용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합병을 통해 구축할 시너지를 가시화하는 것도 신한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의 과제다. 그룹의 자산운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내고 있는 GMS(Global Markets & Securities)와 할 수 있는 협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룹 관계자는 "결국 합병 법인을 통해 무엇을 할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1+1=2가 되기 위한 합병은 AUM 증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를 넘어서는 합병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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