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30일간의 지급 유예기간 종료를 눈앞에 둔 이달 21일 달러 채권 이자 8천35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가까스로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벗어났다.

쉬자인(許家印) 헝다 회장은 하루 뒤인 22일 회사 내부 회의에서 부동산 사업 매출을 10년 이내에 2천억 위안 수준으로 70% 이상 줄이고, 전기차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변화시키겠다는 사업 재편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헝다물업 지분 매각 계획이 틀어지고, 자회사인 헝다차도 계속 들고 갈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채무 상환일이 계속 돌아올 예정이어서 헝다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지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연합인포맥스 'IHS마킷 해외채권서비스(화면번호:4010)' 등에 따르면 헝다의 달러 채권 이자 지급 규모는 연내로만 5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이달 29일 4천750만 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어 다음 달 11일에는 3개 종목의 이자 지급이 몰려 있다. 3개 종목을 통틀어 이날 하루에 1억5천만 달러에 가까운 이자를 내야 한다. 이자 지급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것은 오는 12월 28일. 이때는 두 개 종목의 이자 지급이 예정되어 있는데, 총 이자는 2억5천만 달러를 넘어선다.

헝다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중국 부동산 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어 금융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 업체의 채무 이행 여부가 언제든 시장에 큰 파문을 불러올 수 있는 잠재 변수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이미 화양년홀딩스(Fantasia Holdings Group)는 이달 4일이 만기였던 부채 2억565만6천 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연내로만 약 6억 달러 이상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데 12월 18일에는 잔액 2억9천550만 달러 채권의 만기가 도래해 원리금 3억1천766만 달러를 갚아야 한다.

신리홀딩스(Sinic holdings)도 이달 18일이 만기였던 2억4천600만 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이 회사는 오는 12월 12월에는 발행 잔액 2억800만 달러에 대한 5.25%의 이자인 1천92만 달러의 지급이 예정돼 있다.

이 밖에도 중량부동산(Zhongliang holdings group), 하남건업부동산(Central China Real Estate), 론샤인부동산(Ronshine China Holdings), 양광성(Yango Group), 광주부력부동산(Guangzhou R&F Properties), 오원부동산(China Aoyuan Group), 우주부동산(Yuzhou Group Holdings) 등이 연내 채무 상환 일정을 앞두고 있다.

최근 이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채권 가격은 이러한 유동성 위기 상황을 반영해 급락했고,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은 경고 메시지와 함께 이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올해를 넘겨도 첩첩산중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채무 상환 일정이 해를 넘겨서도 속속 도래하기 때문이다. 관련해 이번 헝다발 유성성 위기의 방향성을 결정할 조타수는 결국 중국 당국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헝다가 자회사와 보유 부동산 등 핵심 자산을 팔아 디폴트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상황에서 당국이 헝다의 자산 매각 등을 허가할 권한을 실질적 갖고 있어서다.

다른 차원에선 헝다의 경영난은 주택가격 안정과 국가적 위험 요인 제거를 위한 '개혁' 노력을 수반하는 고통이자, 부동산발 경기 급랭을 촉발할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당국이 어떤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조치가 나올 수 있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지난 20일 금융가 포럼 축사에서 "비록 부동산 시장에서 개별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위험은 전체적으로 통제 가능하다"며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발전이라는 큰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강(易綱) 인민은행장도 이달 17일 화상 연결 방식으로 열린 주요 30개국(G30) 국제은행 토론회에서 헝다 사태와 관련해 "일부 우려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헝다 위기는 억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금난으로 대부분 건설 사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헝다가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을지, 중국 당국이 위기 상황의 확산을 막기 위해 관리와 개입에 나설지, 아니면 고통을 수반한 개혁 노선을 추구할지 주목된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이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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