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이달 수요예측을 실시한 상장 예정 기업들이 줄줄이 희망 밴드의 최하단을 공모가로 잡으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기관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통상 10~11월에 수요예측을 실시하는 발행사가 몰려 투자자들의 관심이 분산됐으며, 투자 유망 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시황을 살피는 상황이 결과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의 쏠림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을 위해 이달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시행한 기업 중 세 곳이 흥행 부진으로 공모가를 희망밴드의 최하단 혹은 그 아래에서 결정했다.

올해 9월까지 코스닥 신규 상장 목록에 이름을 올린 46곳의 발행사 중 단 세 곳이 공모가격을 밴드의 최하단 혹은 그 이하로 결정한 점을 고려할 때 이달 수요예측을 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깐깐해졌음을 엿볼 수 있다.

색조화장품 기업 아이패밀리SC는 지난 12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마감한 결과 63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는데, 이는 케이카(40대1)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이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중 78.57%는 공모가 최하단인 3만9천원 미만의 가격을 적어냈고, 그 결과 아이패밀리SC의 최종 공모가는 밴드 최하단인 3만9천원보다도 36% 낮은 2만5천원으로 확정됐다.

부동산 권리 조사 업체인 리파인 역시 지난 14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64대 1의 부진한 경쟁률을 보여 공모가격은 희망밴드의 최하단으로 결정됐다.

특히 수요예측에 참여한 293곳 중 1개월 의무보유확약을 건 기관은 2곳에 불과했고, 기관의 30% 가량이 공모가 희망범위 이하의 가격을 써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백신 개발 회사 차백신연구소는 206대 1의 경쟁률을 내고 희망 밴드의 최하단으로 공모가격을 결정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러한 일부 발행사의 수요예측 경쟁률 부진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고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조건을 따지지 않는 '따상'과 같은 공모주 열풍이 오히려 특이한 현상이었다"며 "유동성이 거둬지며 공모주 시장에서도 발행사의 역량에 따른 흥행 양극화, 차별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PO 시장에서 10월은 발행사의 수요예측이 몰려 공급이 많은 시기"라며 "이로 인해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해 시황 등 작은 정보에 민감해지고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기관들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10~11월은 IPO 시장에서 1년 중 가장 많은 수요예측이 진행되는 성수기다.

이는 12월 결산을 기준으로 신규 상장을 추진하는 발행사가 몰리기 때문이며, 따라서 1달 동안 여러 발행사의 수요예측이 진행되다 보면 자금 집행이 한정된 기관의 관심 역시 분산된다.

흥국증권의 월간 IPO 리포트에 따르면 이달 중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발행사는 총 14곳이며, 이는 지난 5년 평균인 8곳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다만 발행사 공급 물량 집중으로 인한 수요예측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반기 결산 후 증권신고서를 낸 회사들이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심사를 받는 기업들은 북클로징이 끝난 후 내년에 수요예측을 하게 돼 좀 더 여유로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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