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올해부터 무경력직도 채용하기로 문턱을 낮추면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한 가운데 외부 강사로 비제도권 인사까지 초청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민연금은 대체로 금융계와 학계의 전문 기관 소속 인사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해왔는데 이제는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재야의 고수'도 색다른 강점이 있다면 배워보겠다는 자세다.

기금본부는 지난주 퀀트 투자로 책도 쓰고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면서 조금씩 유명세를 얻고 있는 강환국 작가에게 강연을 부탁했다.

강환국 작가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근무하다 개인적으로 퀀트 투자 전략을 파고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이 분야로 새롭게 경력을 개척하고 있는 개인투자자 겸 작가다. 그는 이른바 '파이어족(FIRE·조기은퇴)'으로 퀀트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린 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강 작가는 이번 기금본부 강연에서 8시간 동안 운용역 18명에게 퀀트 투자에 대해 설명했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밝혔다. 코트라에서 일하다 전업 투자자 겸 작가로 돌아선 재야의 고수에게 국민연금 운용역들이 8시간이나 퀀트 투자에 대해 강의를 들은 것이다.

강 작가는 "자세한 초청 배경은 잘 모른다"며 "전에 설문조사에서 동적자산배분과 개별주 퀀트에 국민연금 운용역들이 관심 있는 것으로 파악돼 그 주제를 위주로 강의했다"고 말했다.

강 작가의 이번 강의는 기금본부가 운용역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전문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운용역을 뽑을 때 투자 실무 경력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해당 강의는 외부 전문가 초청 역량강화 과정 교육 중 하나였다"며 "가끔 실무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교육과정을 만들고 신청자들은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은 전임 운용역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다. 국민연금의 운용역은 '주임->전임->책임->선임->수석' 순으로 직급이 높아진다. 직급 구분은 투자 실무 경력 기준으로 전임이 3년, 책임은 7년, 선임은 11년, 수석은 15년 이상인 전문 인력이다.

국민연금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전문 기관의 소속 인력이 아니라 비제도권 인사에게 강연을 부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투자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다양한 투자전략이 쏟아지면서 제도권·비제도권을 가리지 않고 배울 것은 배우겠다는 유연한 자세로 읽힌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퀀트 전략을 쓰는 운용사에 이미 자금을 위탁하고 있고 강연도 제도권 인사에게 얼마든지 맡길 수 있었을 건데 재야의 고수 느낌인 개인 투자자에게 교육을 의뢰한 것은 신선하다"며 "앞으로 가상화폐 분야 등에서도 이런 경우가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까지 주임 운용역 중심으로 운영하던 양성 대상을 전임 운용역까지 확대해 참여 인원을 늘렸다. 해외투자 규모가 확대되고 기금운용 전략도 다변화하면서 전문인력으로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투자금융부 진정호 기자)





[사진: 국민연금 전주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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