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월 '베이비 스텝(Baby Step)'이 아닌 '빅 스텝(Big Step)'으로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급격히 세를 얻고 있다. 이들 용어는 연준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나 인하 속도를 논할 때 사용하는데, 연준이 이번에 25bp 정도의 아기 걸음마 식 긴축이 아닌 50bp 수준의 통 큰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미국의 1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15만 명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46만7천 명 늘어났다는 발표가 이달 초에 나왔지만, 3월 50bp 금리 인상과 관련해선 최근까지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나치게 빠른 긴축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2000년 5월 이후 빅 스텝 인상 사례가 없었던 점 등이 50bp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이 과정에서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50bp 인상 가능성에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시장의 분위기는 그러나 이달 10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7.5%로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크게 변화했다. 연준의 움직임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견해가 급속히 매파로 돌아선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6.7%의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이 오는 3월 15~16일 열리는 정례회의(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50bp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주 전 이 비율은 36% 수준에 불과했다.

시장 역시 요동쳤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10.11bp 급등한 2.031%(오후 3시 기준)를,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22.02bp 폭등한 1.562%를 각각 나타냈다. 10년물의 경우 2019년 8월 이후 처음으로 2%대로 급등했고, 2년물 역시 2020년 1월 이후 처음으로 1.50%를 넘어섰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 거래일 58.8bp에서 46.9bp로 급격히 축소돼 수익률 곡선은 베어 플래트닝됐다. 최근 채권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단기 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도 출렁였다. 1월 폭락세를 보이다가 최근 반등했던 뉴욕증시가 이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526.47포인트(1.47%) 떨어진 35,241.59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3.10포인트(1.81%) 하락한 4,504.08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04.73포인트(2.10%) 밀린 14,185.64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장중 600포인트 이상 밀리기도 했다.

웰스파고 등 일부 기관이 다음 달 10일 발표될 2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고 판단하자며 '3월 50bp 금리 인상의 문이 열렸지만,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지만, 연준의 빅 스텝과 관련한 시장의 시선은 이미 3월이 아니라 그 후로 옮겨가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얀치크 미국 금융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3월 FOMC에서 50bp 인상을 단행할 경우, 향후 이어지는 회의에서도 50bp 인상은 연준이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빅 스텝이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이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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