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MOVE 지수(The Merrill lynch Option Volatility Estimate Index)'는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미국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지표다. 투자자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공포지수(fear index)'의 일종인데, 이 지수가 이달 7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해 140.03까지 고점을 높이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에 대한 우려도 MOVE지수를 밀어올리는 동력으로 분류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힌 이달 21일에는 지수가 100선 위로 다시 올라섰고, 최근 수거래일 간은 130선을 소폭 하회하는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MOVE 지수가 거칠게 움직이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그 원인 또는 결과로 주목해야 할 체크 포인트들도 늘고 있다. 첫째는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의 움직임이다. 현지 시각으로 28일 오전 한때 뉴욕채권시장에서 5년물 국채 금리는 2.6361%까지 올랐고, 30년물 국채 금리는 2.6004%로 하락해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해당 기간물 간 금리가 역전됐다.

통상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채권을 오래 보유할수록 미래의 경제 상황이나 물가에 좌우되기 쉬워 투자자들은 그만큼 높은 금리를 원하기 때문에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웃도는 금리 역전은 향후 경기후퇴를 반영한 이상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관련해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은 경기침체가 내년 초에 올 수 있다고 보고 있고, 미국 헤지펀드 사토리 펀드의 창립자인 댄 나일스도 내년에 경기 침체 리스크가 매우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도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이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월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장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를 1.75∼2.00%로 예상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달 후인 3월에 공개된 연준 점도표(dot plot)에선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이 올해 말 1.9%, 내년 말 2.8%로 전망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2.0% 이상일 가능성이 95%가 넘는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 국내 기준금리는 최대 2.25%에 그치지만 미국 기준금리는 그 이상 높아지게 된다는 의미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은 외국인의 자본 유출 등 금융시장의 불안을 촉발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주식, 외환, 채권 등 가격변수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이슈는 러시아발 국채 및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다. 러시아 정부와 기업들이 이자와 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가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동요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극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약 300억 달러의 달러채 잔액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채권에 대해 올해 연말까지 지급해야 하는 상환 규모는 46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달 16일 1억1천720만 달러의 이자 지급 일정을 소화한 데 이어 다음 달 4일 만기인 20억 달러 국채에 대해선 이자와 원리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철강업체 세베르스탈이 외화채 이자를 기한 내에 지급하는 데 실패하는 등 파국의 불씨는 여전한 만큼 채권시장의 불안과 공포는 단기간 내에 사그라들기 어려워 보인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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