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미 국채수익률 일별 차트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결국은 물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난 주말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6% 상승해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휩쓸었다. 주초 아시아와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2∼3%대의 큰 폭 하락세를 보인 데 이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5% 가까이 떨어지는 등 뉴욕증시가 폭락하면서 '검은 월요일'이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뉴욕 채권시장에선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2년물과 10년물, 10년물과 30년물 수익률이 잠시 역전되기도 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전통적으로 채권시장에서 경기 침체의 신호로 간주돼 왔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35.22엔 부근까지 치솟으며 1998년 10월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일본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을 촉발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처럼 출렁인 배경에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발 긴축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5월 CPI 발표를 통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었다는 점이 일부 확인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연준이 현지시간으로 이달 14~15일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한 것이다. 0.75%포인트 금리 인상은 1994년 사례가 마지막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1.50%~1.75%로 결정할 가능성을 93.4%로 봤다. 이달 10일에 선물 시장이 가늠했던 '6월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23.2%였고, 일주일 전인 이달 6일 시장이 예측했던 확률은 3.1%였다. 불과 며칠 사이에 미 중앙은행이 6월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며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다는 전망이 중론이 된 것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공행진하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어 5월에는 22년 만의 최대폭인 '빅 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선을 긋는 대신 두어 달 더 50bp의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현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연준이 이번 주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 같다. 시장을 놀라게 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을 포함해 CNBC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실재하는 분명한 가능성' 등의 표현을 써 가며 주초 잇따라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놓으면서 당국과 이들 매체 간 일종의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0.75%포인트가 아닌 1.00%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런 관측이 현실화하면 시장은 또 한차례 '패닉'에 빠질 수 있다.

연준이 그러나 6월과 7월 정례회의 때 금리를 각각 75bp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씨티는 연준이 최신 가이던스에서 50bp 인상을 언급한 상황에서 75bp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면 통화정책 기대가 흔들리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 연준이 '필요하다면 향후 75bp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하거나 기존에 계획했던 것보다 50bp의 금리 인상을 횟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방식으로 매파 시그널을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해 점도표를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점도표 상의 올해와 내년 금리 전망치를 크게 높이는 것이다. 씨티는 올해 말 연준이 금리 전망 중간값을 2.9%로 올리고 내년에는 3% 위쪽으로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2022년과 2023년 말 점도표 중간값이 3.1%와 3.6%로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준발 긴축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중앙은행의 시간'을 거치고 있다. 이번 긴축 사이클에선 연준이 주식 등 금융시장 약세를 막아설 것이라는 믿음(연준 풋)은 설 곳을 잃었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5월에도 가파른 물가 상승세에 변화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시장의 공포 심리는 급속하게 증폭됐다. 이번 주엔 연준 외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도 잇따라 개최된다. 16일엔 잉글랜드은행(BOE)이, 17일엔 일본은행(BOJ)이 각각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브라질(15일)과 스위스·대만(16일)의 기준금리 결정도 이번 주 일정으로 잡혀있다. ECB는 지난 9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오는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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