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급등,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 등의 여파로 미국이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집계하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금융권에선 GDP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인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미국이 올해 1분기에 -1.6%의 GDP 성장률을 나타낸 데 이어 애틀랜타 연은이 GDP 나우 모델로 추정한 2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가 이달 1일 기준 -2.1%로 집계되면서 시장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R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침체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 걸까. 미국에는 공식적으론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 있다. 한 세기 전인 지난 1920년 설립돼 미국의 경기 사이클을 분석하는 권위 있는 민간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NBER)가 바로 그곳이다.

NBER은 경기침체를 '몇 달간 경제 전반에 걸친 경제 활동의 심각한 하락'으로 정의하고 있다. 단순히 몇 달간의 GDP 추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질 소득, 고용, 산업생산, 도매 및 소매 판매 등의 수치를 모두 반영해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한다.

가장 최근의 경기침체기는 2020년 3~4월로,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진행됐다. 당시 NBER의 경기판단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팬데믹 대응이 이전과는 다른 경기 하강을 초래했다. 경제 전반에 걸친 고용과 생산의 감소를 고려할 때 최근 경제 상황을 침체로 지정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주목할 대목은 오는 8일 예정된 미국의 6월 고용보고서 발표에서 경기침체의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6월 고용이 25만 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월의 39만 명, 지난 3개월 평균 신규 고용인 40만 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실업률(3.6%)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임금상승률(5%)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다가오는 미국의 경기침체는 고용시장이 탄탄한 가운데 발생할 것으로 보여 역사적으로 아주 특이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상 미국의 경기침체는 경제 성장률 하락과 실업률 상승을 동반했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실업률이 낮은 상황에서 경기침체에 돌입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레고리 맨큐 교수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업률이 높지 않은 경기침체가 닥친다면 나는 매우 놀랄 것"이라며 "이 경기침체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야기되는 성격이 강하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작은 침체'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통상 경기침체는 경제지표 악화에 후행하고, 인플레이션 둔화에 선행한다. 수요가 급격히 둔화하고, 재고가 쌓이면서 물가에 하방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인데, 때에 따라서는 디플레이션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 때문에 향후 경기선행지수, 장단기 금리차, 주요 제조업지수의 동향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특히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차는 경기를 예측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뉴욕 연은이 향후 12개월 경기침체 확률을 추정하는 지표로 10년물과 3개월물 국채 금리차를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올해 5월에는 10년물과 2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역전됐는데,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후 6개월 안팎의 시차로 미국에 경기침체가 나타났던 사례가 다수 있었다.

관련해 도이체방크가 475명의 금융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난달 27~29일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 세계 금융 전문가의 90%가 내년 말이나 그 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20%는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지난 1월에는 내년 말 이전 침체를 예상하는 이들은 37%였으며, 2%가 올해 침체를 점쳤다. 지난달에는 각각 78%, 13%였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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