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그간 고공행진 하던 국제 유가마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7월 4일까지는 2년물 금리를 웃돌았지만 하루 뒤인 같은 달 5일에는 2.82%로 2년물과 같은 수준에서 종가를 형성했고, 그 후 7월 6일부터 8월 4일까지 22거래일 연속 2년물 금리를 밑돌았다.

장단기 금리 역전 폭도 계속 확대됐다. 이달 4일 아시아 장중 36bp 수준까지 역전 폭이 커지자 월가의 채권왕이라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장단기 국채 금리) 커브 역전은 계속 탄력받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의)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는 코멘트를 내놨다.

미 국채 금리 동향




이런 진단이 나온 이유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채권시장에서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는 장기물일수록 높게 형성된다. 경제 상황이나 물가 등 미래 불확실성에 장기간 노출되는 대가다.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웃도는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 등을 반영한 일종의 이상 현상이다.

원유 시장에서도 최근 비슷한 시그널이 관측되고 있다. 이달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12달러(2.34%) 하락한 배럴당 88.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인 지난 3월 8일 종가 기준 123.70달러까지 고점을 높였던 국제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미국 내 원유 재고 증가와 향후 전세계 원유 수요 둔화 전망이 가격 조정의 배경이 됐다.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446만7천 배럴 늘어나 3주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월가 전망치는 70만 배럴 감소였다. 이에 더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위축되면 원유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가격 하락 압력을 키웠다.

WTI 가격 추이




미국은 이미 '기술적 경기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0.9%로 집계돼 전분기 -1.6%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역성장으로 정의되는 시장의 기술적 경기침체 기준을 충족시켰다. 아직 소득, 지출, 고용 등 종합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한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공식적인 경기 침체 선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의 공포는 극대화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는 원자재 등을 주로 수출하는 신흥국 입장에선 대외 수요 감소와 경상수지 적자 압력 강화 요인이 된다. 신흥국 채권 투자자금은 작년 9월 이후 유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경상수지 악화는 통화가치 하락 재료가 될 수 있다. 신흥국 전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일부 취약국에서 신용위기 사태가 발생하고 그 충격파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확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말과 다음 주 후반에는 미국의 경기 상황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 발표가 연이어 예정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달 5일 발표되는 7월 비농업 고용자 수가 25만 명 증가해 전달 기록한 37만2천 명 증가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업률은 3.6%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시간당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올라 전달의 5.11% 상승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주말을 넘기고 이달 10일에는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같은 달 12일 예정된 8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발표에선 미국 내 기대 인플레이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 이들 인플레이션 지표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 연준은 큰 폭의 긴축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20~21일 열릴 예정으로, 그때까지 2번의 고용보고서와 2번의 소비자물가 지표가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깜짝 이벤트가 있을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이들 지표에 이목을 집중해야 해야 하는 이유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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