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협의를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조치가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열고,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반도체지원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반도체와 배터리업계 관계자 및 주요 산업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반도체법 초안에는 가드레일 문안이 없었으나 의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됐고 전기차 보조금 개편 내용이 포함된 인플레 감축법안도 공개 후 약 2주 만에 전격 통과됐다"며 "미국 국내 정치 요소, 중국 디커플링 모색, 자국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를 하는 기업에 재정지원, 투자세액 공제를 하는 내용으로, 인센티브를 받은 기업은 '가드레일' 조항에 따라 향후 10년간 중국 및 우려 대상국 내 투자가 제한된다.
인플레 감축법은 일정 요건을 갖춘 전기차에 한해 중고차는 최대 4천달러(약 524만원), 신차는 최대 7천500달러(약 983만원)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도 담고 있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차량을 조립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내년 1월부터는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해야 하는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리 기업 중 북미에 생산공장이 없는 경우 당분간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 장관은 "이들 법안에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되는 내용이 포함돼 미국에 전기차를 수출하는 우리, 독일, 일본 등의 우려가 큰 만큼 민관이 상시 소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민관 합동 대응반을 꾸리고 원팀으로 미 정부, 의회, 백악관 등을 대상으로 아웃리치를 적극 전개하는 등 입체적 대응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유럽연합(EU) 등 유사 입장국과 보조를 맞춰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정부는 지난 10일 인플레 감축법이 미 상원을 통과한 직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이창양 장관은 WTO 제소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최대한 협의를 진행한 뒤 최후 방안으로 분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의 구체적 지침은 미 재무장관이 연말에 발표할 예정으로, 정부와 업계는 우리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북미산 조립 요건은 미국 정치 일정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미국이 당장 법을 개정하거나 요건을 완화하길 기대하기 어렵다"며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을 완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이달 중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미국을 찾아 고위급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음달 방미해 미국측과 이들 법안을 집중 논의한다.
또 우리 배터리·자동차 기업이 분포한 주를 대상으로 집중 아웃리치를 전개할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 현지 공장 조기 착공을 통한 생산계획 조정 등을 검토하며 대미 아웃리치를 병행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는 호주, 칠레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내 광산투자를 확대하는 등 핵심광물 다변화를 추진한다.
정부는 독일, EU 등 우리와 유사한 우려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조만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협회 차원에서도 주요국 자동차협회와 공조해 여러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아울로 정부는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대응반을 꾸려 업종별 검토, 통상규범 검토, 대미 아웃리치 및 주요국 동향 모니터링 등을 원팀으로 대응하고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도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hjlee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