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유증…부실자산 털어내기 '속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B국민은행이 다음달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부코핀은행에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부코핀은행의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정리해 경영 정상화 시기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부코핀은행에 대한 4번째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하고 그 방식과 규모 등에 대해 최종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사외이사 간담회 등 사전 작업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11일 이사회에서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추가 투자 안건을 상정·의결할 예정이다.

이재근 국민은행장도 전일 동남아로 떠났다. 지난 3월 취임한 이후 첫 해외출장으로, 이 행장은 캄보디아를 거쳐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들러 현지 상황을 둘러보고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관계자들을 만나 부코핀은행 정상화를 위한 추가 투자 계획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 규모는 6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사회에서 안건이 의결되면 지난해 12월 5천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데 이어 1년도 안 되는 사이 다시 자금을 수혈하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악화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많은 자금 투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유상증자 규모는 이사회 논의를 통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2018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1천164억원에 인수한 뒤 2020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67%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가 됐다. 국민은행이 지금까지 부코핀은행에 투자한 금액은 약 8천135억원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OJK가 부코핀은행에 대한 빠른 부실채권 정리를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OJK는 현지 건전성 분류기준 등을 이유로 부코핀은행의 신속한 부실자산 정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것을 요구해왔다.

국민은행도 올 상반기부터 여러 차례의 현지답사를 통해 추가 출자 규모를 가늠해 왔으며,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단계적인 정상화 과정을 거치기보다 한 번에 자산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최종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부코핀은행은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부실자산의 일괄 매각을 진행 중이다. 올해에만 코로나19로 인해 인도네시아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났고, 자산 클린화를 위해 올해에만 10조루피아(약 9천400억원) 가량의 부실자산을 털어낸다는 계획이다.

부코핀은행은 대량의 부실자산 매각 등을 통해 10%가 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을 현지 은행권 평균인 3%대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자산 디스카운트를 반영할 수밖에 없고,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부실자산 매각과정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며 상반기 74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번 추가 유상증자는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게 KB 경영진들의 판단이다.

국민은행은 이번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경영 정상화 시기가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부코핀은행에 대한 대규모 자금 투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수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던 만큼 올바른 투자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코핀은행 부실을 정리하는데 왜 오래 걸리는지, 투자 결정 과정이 적절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의해 이뤄졌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인도네시아 경제적 여건이나 현지은행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만 보고 있는 게 아닌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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