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송하린 기자 =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상기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리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긴급 소집해 자금조달 상황을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1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0일 오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을 긴급 소집했다.

환율과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극심한 조달 환경이 계속되면서, 시중은행들의 자금조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약세를 무릅쓰고 은행채를 대량으로 발행하고 있다. 지난달 전체 은행채 발행액은 25조8천800억원으로, 은행채 발행 역사상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은행채를 발행하며 자금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제고를 위해서다. LCR 규제 비율은 코로나19 기간 85%로 완화됐지만, 금융당국은 내년 7월 100%로 강화해 정상화하기로 했다.

환율 급등도 간접적으로 은행채 폭발의 원인이 됐다. 환율 급등으로 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 증거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때 증거금으로 들어간 국공채나 통안채 등이 고유동성 자산에서 빠지게 되면서 은행 LCR이 후퇴했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높아지면서 대기업들이 채권시장 대신 은행창구로 발길을 돌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대기업대출 수요가 확대되면서 그만큼 자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진 것이다.

그 결과 시중은행채 발행금리도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 개별 은행들이 발행액을 최대한 늘려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고금리로 수요를 최대한으로 모으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실례로 전일 KB국민은행은 3천억 원 규모의 3개월 은행채를 4%에 발행했다. 발행금리를 같은 날 'AAA'등급 은행채 3개월물 민평금리와 비교하면 50.4bp 높은 수준이다.

은행채 발 수급 부담은 서울채권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한전채나 은행채 등 초우량등급의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그 밑의 신용등급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신용위험이 아닌 유동성 문제라고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조달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시중은행 자금조달 현황을 살펴보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관련 건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증안펀드는 약 10조원 규모로 조성되며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2조원,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가 각각 1조원, 보험업권이 8천억원 등 20여곳의 금융회사가 자금을 출자한다.

문제는 은행이 증안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규모만큼 위험가중자산(RWA)이 늘면서 LCR 비율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증안펀드 출자금은 RWA 계산에서 300% 가중치를 적용받게 돼 유동성 부담이 더 크다.

은행들은 증안펀드 출자금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낮춰달라는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에도 금융당국은 은행 상장주식 보유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300%에서 100%로 내려 부담을 경감해준 바 있다.

LCR 제도에 대한 건의도 나올 수 있다. 앞서 은행권에서는 현 시장 상황을 감안해 금융당국이 LCR 정상화 속도를 늦춰주길 바라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증안펀드에 자금을 출자하게 되면 유동성 관리가 꼬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LCR비율 산정 시 RWA 부문 가중치를 낮춰주는 등 유동성 규제를 완화해준다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조차 민평보다 25bp가량 높은 금리로 은행채를 발행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고충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두 은행은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없어 국내 은행채 중 가장 낮은 금리가 책정된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발행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어 큰 묘수가 없다"고 전했다.
 

 


hjlee@yna.co.kr
hrs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1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