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ABCP 매입 확대 등 추가 시장안정 대책 발표
주춤거리는 우본 등 기관투자자에 책임론 부상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송하린 기자 = 금융당국이 11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확대를 골자로 한 자금시장 안정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

정부와 금융회사들의 총력 대응에도 기업어음(CP) 금리가 연중 최고치로 치솟는 등 단기 자금시장 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에도 CP와 ABCP 매입을 서둘러줄 것을 개별적으로 요청하는 등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 막바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은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투자자들도 채권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시장에 신뢰를 줘야만 이번 유동성 위기가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있다.
◇ABCP 매입 확대 등 대응 총력전…개별 접촉해 요청도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1일 오전 자금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증권사들이 조성한 자체 기금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ABCP의 매입을 확대하는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와 금융회사들이 각각 50조원, 95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실행한 덕에 회사채· 여전채 등의 발행과 유통은 일부 상황이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ABCP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전반적인 시장 안정세에도 단기 자금조달 수단인 CP 금리가 2009년 1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5%대로 치솟는 등 기업과 금융사들의 자금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추가 대책을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대형 증권사들이 조성한 4천500억 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제2 채안펀드)이 이번 달부터 증소형 증권사의 ABCP 매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산업은행이 10조 원 규모의 회사채 및 CP 매입 프로그램 가운데 2조 원을 지난달 27일부터 증권사 CP 매입에 투입했는데, ABCP 매입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시중 은행장들에 연락해 CP 및 ABCP 매입을 확대해달라고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장들도 정부 대책에 힘을 보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5대 은행은 지난달에만 CP·ABCP·전단채 4조3천억원, 머니마켓펀드(MMF) 5조9천억원, 특은채·여전채 6조5천억원을 매입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자금 투입으로 시장이 빠르게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기관투자자들이 함께 나서줘야 단기 자금시장에 숨통을 틔일 수 있다고 보고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주 매수처였던 연기금 등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당국에 전달했다.

민주당 이장섭 원내부대표는 1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연금공단 등 주요 연기금,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이 먼저 나서 올해 6월 대비 전단채의 잔액 50% 이상 보유 의무화 등 시장 정상화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그래야 시장 불안이 해소되고 민간 금융기관도 믿고 움직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관들끼리 여전히 눈치를 보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에 시장이 신뢰를 갖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이라며 "은행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큰 손인 기관들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믿었던 우본이 사라졌다…CP 시장 여전히 '불안'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은 크레디트 시장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 투자 주체 중 하나다.

장기자금을 굴리는 투자자이라서 당장의 수익률을 위해 쉽게 채권을 내던지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마저도 CP 시장을 떠나면서 단기자금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졌다고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CP·전단채 통합 유통정보(화면번호 4740)에 따르면 연기금·공제회는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CP·전단채를 단 2천143억원어치 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까지만 해도 2조308억원어치 CP·전단채를 담았는데, 그 규모가 10배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CP·전단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모든 투자 주체의 매수 규모가 감소한 점을 감안해도 급격히 줄어든 수준이다.

모든 투자 주체의 CP·전단채 매수 규모는 이달 27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했다.

단기자금시장 안정화를 위해 은행권과 증권업권이 CP·ABCP·전단채를 적극적으로 매수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금융권과 금융당국은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운용자산 규모가 큰 우정사업본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시장은 바라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운용자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41조8천억원으로, 국민연금 다음으로 크다. 운용자금 가운데 채권 자산에 투자하는 규모는 86조8천억원(61.2%)이다.

IB 관계자는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은 바이 앤 홀드 전략을 구사하는 기관이라 다른 투자자들이 채권을 던질 때도 마지막까지 완충 작용을 해주던 주체"라며 "이들까지 채권발행시장(DCM)을 떠나면 더는 받아줄 곳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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