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행보와 관련해 '피벗(Pivot)'이라는 단어가 핫하게 쓰이고 이다. 이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명사로는 '회전하는 물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심축', 동사로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때문에 이 단어가 연준이라는 행위 주체와 결합하면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용어가 된다.

2019년 1월 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기존의 매파적 발언과는 다른 비둘기파적 메시지를 내놨을 때 '파월 피벗(Powell Pivot)'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 등이 그 용례다. 현재는 '그간 거인의 보폭으로 긴축 노선을 걷던 연준이 12월 정례회의부터 보폭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시장에 확산해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워싱턴 AP=연합뉴스]



연준의 피벗은 또 다른 금융시장의 핫 트렌드 '킹달러(King Dollar)' 현상의 부상 및 퇴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달러화 가치는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에 힘입어 유로화와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큰 폭 상승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 고수,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감세 정책 실패 등도 킹달러의 간접 배경이 됐다.

그런 만큼 올해 달러화 움직임은 파격 그 자체였다. 유로-달러 환율은 급락세를 탄 끝에 지난 7월 20년 만에 패리티(등가 교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9월 140엔선 위로 올라서며 일본 당국이 24년 만에 환시 개입에 나서게 했고, 10월에는 150엔선 위로 치솟았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9월 하순 1.03달러까지 곤두박질치며 사상 처음으로 패리티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그런데 10월 후반 들어 달러 강세 일변도의 시장 흐름에 균열이 관측됐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월 17~21일 주간 0.75%, 같은 달 24~28일 주간 1.07%, 11월 7~11일 주간 3.97%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10월 31일~11월 4일 0.09%, 11월 14~18일 0.24% 상승하며 반등 시도가 있긴 했지만 그 강도는 제한됐다.





달러화의 반락은 연준의 피벗 기대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7.7%를 기록해 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면서, 연준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단박에 커졌다.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50bp 인상설이 세를 형성하면서 딜러들의 투자심리와 포지션이 흔들린 것이다.

옵션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만일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추거나 내년부터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할 경우 이윤이 나는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주 후반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은) 관계자들이 매파적 발언을 내놨지만, 스와프 시장에선 여전히 내년 초 최종 금리를 5% 부근에서 가격에 반영 중이라는 전언도 있다.

다만 킹달러 현상의 퇴조가 추세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대세다. 이달 18일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12월 FOMC에서 75bp 금리 인상도 테이블 위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연준 내에서 가장 매파적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17일 정책금리를 5∼7% 수준으로 추가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UB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준의 비둘기파적 피벗에 대한 기대는 섣부르다"며 "달러화가 내년 1분기에 고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는 여러 경제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며 연준 당국자들 역시 1개월 치 지표를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추론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표현하고 있다는 게 이런 분석의 근거다.

'오버슈팅'과 '언더슈팅', 즉 환율이 위, 아래로 크게 출렁이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외환시장의 특성이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최근 달러화의 움직임은 급격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경기 상황 등 다른 조건도 감안해야 달러화의 향후 진로와 관련한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23일 예정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물론 여러 경제지표들의 동향을 찬찬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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