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출처 : 넥슨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4일은 대형 게임업체 넥슨이 도쿄증권거래소(TSE) 1부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지 1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000년대 중반 해외 시장에 상장한 국내 IT기업이 상장 폐지되거나 지배구조가 바뀌는 등의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넥슨은 도쿄 증시 상장 11년 만에 4배가량 시가총액을 늘렸다.

지난 2010년 상장 당시는 국내 게임산업이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다. 넥슨은 세계적인 콘텐츠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 시장에 '깃발'을 꽂겠다는 다짐으로 서울이 아닌 도쿄 증시를 선택했다.

이러한 창업주의 꿈은 11년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넥슨의 시가총액(약 24조원)은 국내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의 몸집을 합한 것(20조원)보다 크다. 일본 현지 게임사 중에도 소니와 닌텐도 다음으로 몸값이 비싸다.

지난 10년간 탄탄한 성장성을 입증해 온 넥슨의 저력은 올해 글로벌 유동성 긴축 속에 국내 주요 상장 게임사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넥슨은 지난해 10월 이후 주가 반등에 성공, 연초 대비 40%가량 오른 가격에 거래 중이다. 국내 게임사 중 비교기업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주가는 연초 대비 반 토막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주가 반등 성공한 넥슨, 비결은 탄탄한 실적

해외 시장으로 시야를 넓히더라도 최근 1년 사이 넥슨과 같이 주가가 오른 IT 기업은 찾기 어렵다.

같은 도쿄 거래소 내의 닌텐도 정도만 주가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소니·일렉트로닉아츠(EA)·테이크투인터랙티브소프트웨어(TTWO)·액티비전블리자드 등은 가격 방어에 실패했다.

이렇듯 넥슨만이 주가 방어에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넥슨의 수익 구조가 매출 지속성이 높은 PC게임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올해 들어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자 투자자들은 기업의 미래 사업 확장성에 가치를 부여하기보다, 당장의 실적이나 재무구조가 탄탄한 안정성을 갖췄는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에 안정적인 게임 운영으로 '피파 온라인4',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수많은 PC 온라인게임 스테디셀러를 보유한 넥슨의 실적 안정성이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모바일 게임은 게임의 라이프사이클과 이용자의 특성상 수년간 지속적인 매출 증가세를 보이기 어려운 데다, 비슷한 장르의 신작이 출시될 경우 이용자의 유출이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지식재산(IP) 정도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을 장기간 석권한 사례가 없는 데다, 출시 이후 콘텐츠 업데이트나 게임 운영의 영향이 PC 게임과 대비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요 비교기업이자 모바일 게임의 강자로 불리는 넷마블의 경우 올해 초부터 매출 증가세가 둔화한데다 인건비 등 영업비용이 늘어나면서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넥슨은 올해 3분기 '던전앤파이터', '히트2' 등 모바일 게임 신작의 흥행과 PC 게임의 매출 증가세가 유지된 덕에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엔화 기준) 늘었다.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는데, 이 흐름대로라면 올해에는 매출 '3조 클럽'에 복귀할 것으로 관측된다.


◇넥슨의 조심스러운 P2E 도전기

아울러 일본 상장사로서의 특성이 언뜻 엿보이는 다소 보수적인 신사업 전략이 주가에 안정성을 더했다.

지난해 3분기 게임업계는 그야말로 'P2E(play to earn)' 시대였다.

주요 업체들은 앞다투어 미디어 간담회와 컨퍼런스 콜을 통해 P2E와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러한 발표와 동시에 주가는 수직 상승했다.

다만 넥슨은 이러한 게임업계의 움직임 속에서도 블록체인과 P2E 시스템에 대해 이렇다 할 발표 없이 홀로 침묵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올해 6월이 되어서야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그간의 고민점들을 털어놓으며, 자사의 대표작인 메이플스토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히는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타 게임사가 P2E 열풍에 올라타 주가를 높이고, 이러한 게임의 안정성이 의심받을 때마다 주가가 내렸던 것과 달리 넥슨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며 넥슨만의 P2E를 정의하고 신사업 전략을 실행하고 있었던 셈이다.


◇게임업계 '맏형'이 만들어낸 기업문화

넥슨은 시가총액 1위 타이틀 이외에도 게임업계의 '맏형'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지난 1996년 국내 최초 그래픽 기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선보이며 국내 게임산업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2020년에는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넥슨은 업계의 기업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8년 IT업계에서는 두 번째로, 게임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넥슨 노조가 설립됐다.

노조는 당시 게임업계의 화두였던 포괄임금제 폐지를 끌어냈고,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IT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지난해 IT업계에서 시작된 '연봉인상 릴레이' 역시 넥슨이 주도했다.

넥슨은 당시 "일회성 격려보다 체계적인 연봉 인상을 통해 인재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대대적인 연봉 인상 정책을 펼쳤다.

넥슨을 시작으로 경쟁사들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인건비를 조정하면서 게임업계의 연봉 테이블이 상향 평준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탄탄한 실적과 회사의 규모가 고정적인 비용 상승을 견딜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을 시작으로 많은 회사가 연봉 경쟁에 돌입하며 개발 인력들의 처우가 크게 개선됐다"며 "넥슨을 중심으로 업계의 기업문화가 개선됐다는 인식이 있다"고 언급했다. (기업금융부 박경은 기자)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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