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에는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은 금융시장의 큰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종종 가격 변수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에 맞선 시장참가자들이 손실을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중앙은행은 시장에서 두려운 존재다.

최근 미국 통화정책과 관련해 시장의 오랜 격언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중앙은행과 시장 간 엇박자가 관측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들은 대부분 최종금리가 연 5.1%(5~5.25%)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4.25~4.5%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0.75%포인트 추가 인상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이런 연준의 스탠스는 지난 4일 공개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다수 회의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하락한다고 확신할 때까지 제약적인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떤 참석자도 2023년에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또 참석자가 금리 인상 속도의 둔화가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려는 위원회 의지가 약화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준은 작년 6월부터 11월까지 4회 연속 75bp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12월에는 인상 폭을 50bp로 축소했다.

이후 나온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도 의사록 내용과 결을 같이한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의사록 발표 당일 연준이 앞으로 몇 달간 기준금리를 연 5.4% 근방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이틀간 캔자스시티와 애틀랜타, 세인트루이스 등 지역 연준 총재와 연준 이사의 매파적 발언이 봇물 터진 듯 이어졌다.


금리선물 시장의 오는 2월1일 FOMC 금리 전망
[자료:CME 페드워치]



이런 연준의 의중과 달리 시장에서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 폭을 0.50%포인트 이하로 축소하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번 FOMC가 열리는 오는 2월 1일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을 75.7%, 50bp 인상할 가능성을 24.3%로 내다봤다. 일주일 전 각각 67.7%, 32.3%였던 것을 감안하면 25bp 인상 전망이 더 우세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이 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의사록에서 향후 금리 인상 폭과 관련한 운신의 폭을 확대하고, 회의마다 경제지표에 따라 결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진단했다.

올해 안에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까지 시중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FF 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7월부터 FF 금리가 25bp 인하할 확률을 39%로 반영했다. 특히, 11월 금리가 추가 50bp 인하될 확률은 33.7%로 집계됐다. 12월 FOMC 의사록이 나오기 전인 하루 전에는 확률이 13%에 불과했으나 두 배 넘게 뛰었다.

이처럼 연준과 시장이 맞서는 가운데 서울채권시장에서 변동성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2개월여 동안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이어가는 등 데이터로 확인한 국내외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 지수인 무브지수도 같은 기간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2020년 초 팬데믹 당시와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였다. (5일 오전 9시7분 송고된 '채권 변동성,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다…두 달 넘게 위기 수준' 제하 기사 참조.)

이번주 채권시장에서는 오는 12일 나올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2월 CPI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 올라 전달의 7.1%에서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보합(0.0%)으로 전달의 0.1% 상승보다 완화됐을 것으로 전망했다. CPI가 시장의 예상보다 낮게 나온다면 시장이, 높게 나온다면 연준이 주도권을 가질 공산이 크다. 이번에도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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