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봄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신임 일본은행(BOJ) 총재'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BOJ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이끈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포스트 구로다' 시대가 막을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BOJ의 새 조타수가 최근 군불이 지펴진 '통화정책 조정론'에 힘을 실을 경우 시장에선 새로운 자금의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르면 이달 10일 BOJ 총재와 부총재 인사안을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양원에 제출할 전망이다. 후보자들의 소신 표명과 질의는 이달 20~21일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이 인사동의안을 가결하면, 정부는 후보자들을 정식 임명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아베노믹스(경기 회복과 장기 디플레이션 및 엔고 탈출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정책)'의 집행관 역할을 해온 구로다 총재의 임기는 오는 4월 8일까지다. 최근 미국 등 대부분의 주요 국가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을 지속했지만, 일본은 금융 완화를 고집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엔화 약세 등 부작용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BOJ는 작년 말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했다. (작년 12월20일 12시27분 송고된 'BOJ 예금금리 -0.1%로 동결…10년물 금리 목표치 수정(상보)' 제하 기사 참조) 이후 구로다 총재를 비롯한 일부 통화정책 담당자들이 기존 정책 노선을 견지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내놨지만, 금융시장 안팎에선 BOJ의 변화된 모습과 관련해 '사실상의 금리 인상', '아베노믹스와의 거리두기' 등의 진단이 쏟아져 나왔다.

다만, BOJ가 1월 통화정책회의 에서 전월의 깜짝 정책 수정 이후 추가 변경이 있을 것으로 본 시장의 예상과 달리 장단기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시장에는 통화정책 당국과 시장 참여자 간 묘한 대치 국면이 형성된 상태다.(1월18일 11시53분 송고된 '일본은행, 초완화정책 유지…물가 전망 상향·성장률은 하향(상보)' 제하 기사 참고)

전문가들은 구로다 총재의 퇴임 시점인 4월8일을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3%를 넘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실질 임금 감축으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춘투(春鬪)'라 불리는 임금 협상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과 일본 간 금리차 확대로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고, 국채 매입으로 BOJ가 정부의 빚을 대신 떠안는 데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차기 BOJ 총재 후보와 통화정책위원들의 매파적 성향도 주목해야 한다. 신임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부총재와 나카소 히로시 전 부총재는 2018년 7월 YCC 허용범위 확대 시 정책조정이 아닌 금리 인상 계획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일본 정부가 아마미야 부총재에게 총재 취임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BOJ의 통화정책 노선 변화는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먼저 일본에서 저리로 엔화를 빌려 세계 각지의 고수익자산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움직임이 거세질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최근의 하락세(엔화 강세)에 속도를 더하면서 '킹달러' 현상의 퇴조를 알리는 선봉에 설 공산이 크다.

아베 신조 전 총리(우)와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다만 차기 BOJ 총재가 시장 충격을 고려해 기존 통화정책을 단기간 내 뒤흔들기보다는 단계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현 일본 총리가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아베노믹스를 고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선거 유세 중에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전 총리는 같은 해 6월 젊은 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해 "다음 (BOJ) 총재도 제대로 거시경제 분석이 가능한 분이 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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