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달 24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특별 군사작전을 선포한 후 곧바로 침공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온 사건으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세계 안보 환경에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전쟁의 포화 속에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를 촉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창궐 이후 통화량의 급격한 확대로 전쟁 발발 전부터 40년여 만의 최고치를 여러 차례 경신하던 미국 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6월 9.1%까지 수직 상승했다.


푸틴 핵무기 위협 (PG)
[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이렇게 되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8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급하게 돈줄을 죄고 나섰다. 작년 9월엔 연준의 광폭 행보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관측까지 나와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금융시장 가격 변수는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작년 9월에만 9.3% 폭락했다. 달러-엔 환율은 140엔선 위로 올라서며 일본 외환 당국의 20여 년 만의 환시 개입을 촉발했다. 또 채권시장에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12년 만에 4%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연준의 긴축 정책도 일부 효과를 내면서 극단으로 치닫던 가격 변수들의 움직임은 최근 상당 부분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혼란은 아직 종착역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먼저 전쟁 1주년이 다가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대격돌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측이 주요 전선에 대규모 병력과 중화기를 집중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의 신형 전차 지원에 앞서 러시아 내부에서 올해 봄 조기 결전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향후 전쟁 양상과 관련해선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당분간 소모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협상의 수단이든 상황 반전의 극단적 도구이든 금융시장에는 큰 위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불안도 아직 진행형이다. 미국의 올해 1월 CPI와 소매판매,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모두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오는 6월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올릴 가능성은 45.8%로 1주일 전에 34.5%에서 상승했다.(2월17일 4시53분 송고된 '美 트레이더들, 6월 추가 금리 인상 점치는 이유' 제하 기사 참고)

얼마 전까지 금융시장에선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오랜 격언을 무색하게 하는 연준과 시장의 엇박자가 관측됐다.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자금의 흐름이 다수 포착된 것이다. 그러나 1월 미국 경제지표 발표 후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지면서 분위기는 다시 한번 역전됐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금융시장이 마침내 연준과의 치킨 게임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직 우크라이나에서도, 금융시장에서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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