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매 분기 보고하는 13F(Form 13) 보고서에 보유 지분의 가치 총액을 잇달아 잘못 기재한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SEC는 미국에서 1억달러(약 1천300억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에게 매 분기가 마무리된 후 45일 안으로 투자 종목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기관들이 공개하는 보고서가 13F로 보유 주식 외에 콜옵션과 풋옵션 투자 현황 등도 공개된다.

13F 보고서는 커버 페이지와 요약 페이지, 인포메이션 테이블 등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된다.

커버 페이지에는 공시 기관의 신상 명세 등이 담겨 있고 요약 페이지에는 지분을 보유한 기관(상장지수펀드 등 포함)의 총 개수와 보유 지분 가치 총액 등이 기재된다. 인포메이션 테이블에는 개별 기업의 지분 현황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국민연금은 이 가운데 요약 페이지에 보유 지분 가치 총액을 연달아 잘못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지난 21일 공시한 작년 4분기 13F 보고서의 요약 페이지에는 보유 지분 가치 총액이 5천836만791달러($50,836,791)로 표기돼 있다. 액수가 클 경우 천 달러 단위 이하는 생략한다는 표기(x1,000·thousands)가 같이 기재돼야 하지만 이를 누락하면서 총액이 터무니없이 낮게 표시된 것이다.

이 때문에 SEC 홈페이지에 공시된 13F 자료들을 크롤링(데이터 추출)해 보기 쉽도록 변환하는 일부 웹사이트에서도 국민연금의 지분 가치가 5천836만달러로 표기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4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직접 보유한 미국 주식 가치 총액은 508억3천679만달러다.

표기 실수는 작년 3분기 13F 보고서에도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3분기 보고서에는 지분 가치가 10배나 크게 기재됐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3분기 요약 페이지에선 지분 총액을 5천372억9천463만달러($537,294,638x1,000)로 표기했다. 한화로 약 696조원에 달하는 수치로 실제 가치의 10배에 달하는 명백한 오류다. 지난해 2분기까지는 국민연금이 지분 총액을 잘못 표기한 경우가 없었지만, 작년 3분기와 4분기 보고서에서 잇달아 오류를 내 눈길을 끈다.

SEC는 매 보고서 상단에 "SEC는 해당 공시에 표기된 정보를 반드시 검토하는 것은 아니며 정보가 정확하거나 문제없다고 판단하지도 않는다"며 "공시를 읽을 때 정보가 정확하거나 빠진 부분이 없다고 가정해선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의도적으로 기만하지 않는 이상 사소한 표기 실수 정도로 제재를 받거나 하는 경우도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13F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공시인데다 커버 페이지에서도 "모든 정보가 정확하고, 틀림이 없으며, 빠짐없이 기술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같은 수치 오류는 세계 3대 연기금에 걸맞지 않은 실수로 보일 수밖에 없다.

작년 3분기 국민연금 13F 요약 페이지 표기 오류


작년 4분기 국민연금 13F 요약 페이지 표기 오류




한편 국민연금은 작년 4분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등 대형 기술기업의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주식은 31만여주,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주식도 각각 20만여주와 3만여주를 더 사들였으며 알파벳 주식도 30만주 추가로 매입했다. 작년 4분기 미국 증시가 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주식도 각각 5만여주와 7만여주를 추가로 매수했고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존슨앤드존슨 등 경기방어주도 더 매수해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췄다. (투자금융부 진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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