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한 주 전인 지난 7일과 8일 상원과 하원에 잇따라 출석해 "경제지표가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예상보다 강한 경제지표 동향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을 2%로 다시 낮추는 과정은 갈 길이 멀고, 험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런 언급의 배경이 됐다.





이후 시장은 연준이 3월 21~22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을 25b에서 50bp로 확대할 가능성을 크게 높여 가격에 반영했다. 일부에서는 스포츠 용어인 '스터터 스텝(stutter-step)'이라는 말까지 동원해 가며 연준이 2월에 금리를 25bp 인상하며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춘 것이 실수였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3월9일 오전 4시56분 송고된 '"연준 2월에 실수한 것…1990년 이후 첫 '스터터스텝' 나올지도"' 제하 기사 참조)

하지만 불과 며칠 후인 주후반 실리콘밸리의 자금줄로 통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주가 폭락과 예금 인출 사태로 갑작스럽게 파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급격한 긴축이 IT 기업 등 팬데믹 때 호황을 보였던 기업을 주 고객으로 삼았던 미국 내 16위 은행인 SVB의 파산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시장은 즉각적으로 제2의 SVB 찾기에 들어갔다. SVB가 채권 포트폴리오 매각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점을 고려해 보유증권의 '미실현 손실'이 큰 은행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동산 대출에 많이 노출된 중소 규모 지역은행에 의심의 눈길이 쏠렸다.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가 재무보고서에 중대한 결함을 확인했다고 인정하면서 유럽계 대형은행까지 SVB 파산의 불똥이 튀었다.

이렇게 되자 연준이 3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거나 더 나아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빠르게 확산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보다 SVB 파산 충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는 데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0%로 2021년 9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CPI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연준의 긴축효과가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는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이 있기 전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연준의 50bp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일각에선 SVB 붕괴로 연준이 12월까지 금리를 100bp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하고 있다. 다만 통화정책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실제 연준이 3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상황과 관련해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이유 두 가지와 인상할 이유 한 가지를 제시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 이유로는 시중은행 파산의 파장을 억제해야 하는 점과 은행권의 대출 축소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연준의 금리 인상이 효과를 낸 점이 꼽혔다. 인상의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2%)를 큰 폭으로 웃도는 점이 지목됐다. (3월15일 오전 9시45분 송고된 'WSJ "美 연준, 동결할 이유 2가지와 인상할 이유 1가지"' 제하 기사 참조)

14일 미 금리선물시장에서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은 77.5% 수준으로, 전일의 65% 수준에서 상승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22.5%로 전날 35%에서 소폭 하락했다. 향후 이 수치가 어떻게 변할지는 SVB발 파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연준이 시중은행 파산이라는 돌발변수로 꼬여버린 스텝을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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