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농업 예찬론자다. 오래전부터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농업은 미래산업이라며 "농부가 돼라"고 추천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해서도 서울대학생들에게 지금 강의실을 나가 농장으로 가라고 해 화제가 됐다.

로저스가 농업의 미래가 밝다고 한 것은 기후 문제 때문이다. 기후의 위기가 결국 식량의 위기로 연계될 것이며 희소성의 원칙에 의해 농업이 가치 있는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요즘 진행되는 기후의 변화를 보고 있으면 로저스의 전망이 다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온도는 임계점을 향해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는 엘니뇨로 인해 온도가 더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엘니뇨는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작년까지 3년간은 라니냐의 영향으로 바다의 온도가 낮았지만, 올해부터 3년간은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지구를 더욱 가열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더웠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더위는 라니냐로 인해 억제된 더위였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앞으로 5년 안에 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5도는 국제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상징점으로 간주되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 기온 상승폭을 제한하기로 합의한 게 1.5도인데, 이 상한선이 붕괴되면 앞으로 인류는 거대한 기후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사회와 기후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앞으로 5년간 지구의 온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우리 일상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전반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홍수와 가뭄 등 빈번한 자연재해는 작황의 리스크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장마 시즌에 가뭄이 들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야 할 시기에 폭우가 쏟아지면 경작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기후 이상으로 인한 식품 가격의 이상 현상이 벌써부터 실생활에서 목격되고 있다. 인도와 태국 등 사탕수수 생산국들의 작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달 국제 원당 가격이 1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설탕은 각종 식품의 원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빵과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의 연쇄적인 가격 상승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탄수화물 주요 공급원인 쌀과 밀의 경작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1월 이후 국제 설탕시세 추이
출처:연합인포맥스 차트(화면번호:5000)




기후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글로벌 식량 수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길을 열어준 흑해곡물협정을 러시아가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우여곡절 끝에 터키의 중재로 2개월 연장된 협정은 7월 17일에 다시 종료된다. 이때 러시아의 위협대로 흑해가 차단되면 유럽에 농산물 대란이 일어나면서 식료품 가격을 왜곡시키고,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러-우 전쟁 후 급등했다가 흑해협정 이후 안정을 찾아가는 밀 시세
출처:연합인포맥스 차트




기후와 전쟁, 인플레이션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살면서 먹을거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연관산업의 필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던 로저스의 농업예찬론이 지금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경작지의 위기, 식량 수급의 리스크가 농업의 가치를 올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는 시간이 얼마나 앞당겨질지는 미지수다. 기후의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에 식량난과 국제 농산품 가격의 왜곡이 주기적으로 일어날 것이며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상 기후가 우리 경제와 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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