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방준비제도(Fed)의 연속된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서서히 식으면서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노동부가 발표한 6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20만 9쳔명이다. 2020년 12월 이후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연준이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고용시장이기 때문에 고용시장의 과열이 진정될 경우 미국 경제를 누르는 금리 인상의 압력이 약화될 수 있을 것이다. 연속된 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가 급격히 꺾이지 않고 충격을 잘 흡수하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미국의 소비는 아직도 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무부에 따르면 5월 미국의 소매 판매는 0.3% 증가해 시장의 예상치(0.2%)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반적으로 고금리의 충격을 잘 견디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미국 경제가 예상과 달리 잘 버텨나가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역시 식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경기가 과열되지도 않고 침체 상태도 아닌 최적의 상태로 유지되는 골디락스에 대해 전망도 내놓고 있다.


6월 미국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수(붉은선)와 5월 소매판매(파란선)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이 걱정이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기업들의 이익이 급감하면서 자금 사정이 빠듯한 곳이 많아지고 있다. CJ와 SK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J CGV는 1조2천억원의 자금을, SK이노베이션은 1조1천777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중견 그룹 중에서도 유상증자를 하는 곳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등급 강등의 칼을 맞기도 한다. 지난달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내려갔고 LG디스플레이도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다.

이런 가운데 새마을금고 사태까지 터져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새마을금고 문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등 금융과 부동산을 아우르는 이슈인 데다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아 시장에 불확실성을 자극하고 있다.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은 부동산 PF에 대한 불안심리로 인해 신용평가기관들의 경고를 받고 있다. 다행히 정부의 적극적인 진화 대책에 힘입어 한숨 돌리는 분위기지만, 건설사들의 유동성 우려와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에 대한 의심의 시선은 언제든지 고개를 들 수 있는 문제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말미암은 국내의 고금리 체제가 오래 지속될 경우 작년에 벌어진 레고랜드 사태, 올해 새마을금고 사태와 유사한 일들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그래픽] 부동산PF 잔액 및 연체율 추이


금리 인상의 진앙지 미국은 고금리 체제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잘 버티고 있고, 구글과 애플,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 기업과 금융시장은 고금리 리스크에 발목 잡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고, 아직도 넘어야 할 벽이 많은 것 같다. (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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