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SK바이오팜이 새로운 파이낸셜 스토리를 통해 오는 2026년까지 몸값 150억달러(한화 약 19조)의 글로벌 톱 바이오텍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K바이오팜 기자 간담회
[출처 : SK바이오팜]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6조원에 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 내 최소 3배 이상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기업공개(IPO) 당시 '따따따상'의 신화를 썼던 SK바이오팜의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당장 믿을 구석은 신임 대표인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의 리더십이다. 취임 직후 자사주 3천주를 매입하는 등 '책임 경영'의 행보를 보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바이오 혹한기'에도 미래 10년 구상하는 SK바이오팜

취임 6개월여만에 사업 전략 발표에 나선 이 사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주주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단상에 올라선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 사장은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에 회사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프레젠테이션 내내 강조했다.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의 흥행으로 타 신약 개발사와는 다른 높은 마진율이 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벌어들일 수조원의 현금흐름이 SK바이오팜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벌어들이는 현금이 없어 투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타 바이오 기업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다.

회사와 그의 자신감은 미래 전략에서도 나타났다. SK바이오팜은 '이미 경쟁자가 뛰어든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에 따라 10년 뒤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신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의 미래 먹거리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표적단백질분해(TPD) 등 3대 플랫폼이다.

대표적인 성장주인 바이오 기업은 지속되는 적자에 손 벌릴 곳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다. SK바이오팜은 그럼에도 더 먼 미래를 보겠다고 한다. 업계를 제외하곤 익숙지 않은 사업을 성공시키겠다고 한다.


◇SK그룹의 '바이오 밸류체인' 가동 본격화…3대 미래 기술 밑그림 완성

바이오 혹한기라 불리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미래 비전을 그릴 수 있는 SK바이오팜의 진정한 '뒷배'는 그룹의 바이오 밸류체인이다.

SK그룹에는 신약 개발사 SK바이오팜을 제외하고도 위탁개발생산(CDMO)을 영위하는 SK팜테코, SK디스커버리계열의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등 빠른 속도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핵심 바이오 계열사가 있다.

여기에 투자형 지주회사인 SK㈜가 바이오 밸류체인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사업회사인 각 계열사가 수익 걱정에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신사업에 정찰병을 보내 자금을 투입한다. 명확한 비전과 목표치를 각 사에 제시하고, 새로운 기술이 사업화가 가능할 때쯤 계열사의 신사업으로 이러한 기술을 이식한다.

SK바이오팜의 간담회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돋보였다. 이동훈 사장은 "SK㈜와 그룹 계열사 대표는 매달 바이오 소위원회를 통해 사업 비전과 정보를 공유한다"며 "SK㈜와 SK바이오팜은 혁신신약TF도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뇌전증 신약'에 포트폴리오가 치우쳐져 있는 SK바이오팜의 미래를 위한 3대 플랫폼 기술에 대한 계획도 이 혁신신약TF를 통해 결정됐다.

SK는 3~4년전부터 그룹 내 바이오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 기술을 모색해왔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로이반트사이언스와 SK그룹은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최근 SK바이오팜이 로이반트사가 보유했던 지분 60%를 전량 인수하면서 SK그룹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SK와 사업회사의 탄탄한 네트워킹으로 3년 뒤 SK바이오팜은 미국 내 거점 연구개발(R&D) 센터와 '분자접착' 기술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미래 사업인 RPT에서도 이러한 네트워킹이 빛날 전망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에 2억5천만달러(한화 약 3천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테라파워와 SK그룹 간의 협업은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분야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동훈 사장은 "몇년 전 그룹사에서 테라파워에 투자했을 때부터 RPT를 생각해왔다"며 "테라파워가 보유한 방사성동위원소의 활용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글로벅 빅파마가 이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SK바이오팜은 사업화 단계가 됐다고 판단했다.

CGT 기술에도 SK그룹의 밸류체인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이 CGT를 개발하면, CDMO 기업인 SK팜테코가 이를 생산한다. SK팜테코는 지난해까지 프랑스·미국 지역의 CGT CDMO인 이포스케시, CBM을 인수했다. 그룹사의 해외 생산 거점을 통해 안정적인 생산 물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눈에 띈다.


◇지주사와의 시너지 보여준 이동훈 사장…新 파이낸셜 스토리 적임자

SK바이오팜은 새로운 파이낸셜 스토리를 통해 뇌전증 신약 개발 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 3월 이동훈 사장이 SK바이오팜의 신임 대표로 이동할 당시, 업계에서 예측한 그림대로다. 당시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SK의 투자를 챙겼던 이동훈 사장이 SK바이오팜으로 오면서 지주회사와 활발한 교류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해왔다.

SK바이오투자센터장을 맡았던 이동훈 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서 SK바이오팜의 살림도 챙겨왔다. 혁신신약TF의 멤버들과는 과거 투자센터에서 손발을 맞춰 온 경험이 있다.

SK그룹 내 바이오 밸류체인이 본격 가동된 만큼, 구체적인 성과는 내년 개최될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콘퍼런스인 '바이오USA'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사장은 "샌디에이고에서 열릴 내년 바이오USA에서는 SK그룹관을 만들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올해 바이오USA에서 별도 부스를 꾸리지 않고, 임원진만 행사장을 방문했다. (기업금융부 박경은 기자)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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