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대체 투자자산을 늘린 만큼 펀드 만기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 들어 미래에셋 계열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의 홍콩 오피스빌딩 투자 펀드 자산의 약 90%가 상각 처리되면서 점차 부실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금융투자사들의 해외 부동산 펀드(공·사모 합산) 설정잔액은 74조5천35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해외 대체 투자 자산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린 시점이 지난 2017년부터라며 펀드 만기가 대체로 5년인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지난 2010년 1조9천121억원에 그쳤던 해외 부동산 투자 펀드 설정액은 지난 2016년 20조906억원으로 처음 2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지난 2017년에는 29조2천915억원으로 많이 증가했고 작년 말 기준으로 71조8천8백7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 부동산 펀드에서 손실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해외 대체 투자 자산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린 시점은 2017년부터로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중수익·중위험 상품에 관심이 높아졌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해외 오피스의 공실이 증가하며 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대주단들이 에쿼티를 추가로 내지 않는 경우 현지 은행들이 리파이낸싱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9년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이 역대 최고였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부실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도 "펀드 설정 기간이 5년 이상인 점을 본다면, 2023년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이 증가한다는 것이고, 펀드 특성상 환매가 불가피해 자산 가격이 현재 불리해도 청산이 이뤄지면서 가격 하락을 가속화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금융권 전체적으로 자산 손실에 대한 재무제표 반영이 시작되면서 급속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실제 해외 부동산 펀드의 부실이 하나둘씩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증권사, 보험사의 자기자본투자(PI)와 펀드 판매를 포함해 2천800억원대 자금이 투입된 홍콩 오피스빌딩 투자 중 펀드 자산의 약 90%를 상각 처리했다.
이지스운용도 독일 트리아논 빌딩을 담은 '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에 회사 자금 15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펀드 판매사들에 전달했다.
대주단이 요구한 추가납입 규모를 맞추기 위해서는 550억 정도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으로 이 자금이 모이지 않으면 8월 초부터 매각 절차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주요 증권사 26곳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의 규모는 총 15조5천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용도별로 살펴보면, 오피스 비중이 약 50%로 가장 컸다.
한신평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중심으로 리파이낸싱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며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져 높은 업체 중심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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