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상장식이 있으면 거래소 분위기가 달라진다. 특히 요즘 같이 우울한 때 신규 상장사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힘이 된다. 예전에 딱딱했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최근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설렘보단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도 표정이 밝은 기업들이 있다. 깐깐한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아 무사히 증시에 입성하게 된 새내기 기업들은 문턱을 넘었다는 기쁨에 취한다.

두산로보틱스 상장 기념식
[출처 : 두산로보틱스]

 

향후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공개(IPO) 기업들의 자신감은 한국거래소에서 진행하는 상장 기념식에서 더욱 돋보인다. 모두가 고대하던 상장일, 기업들은 기념식에서도 차별화를 추구한다.

연휴 직후 '검은 수요일'을 보낸 증시가 그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로봇업계의 대장주가 되겠다는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기념식을 진행하고, 거래를 시작했다.

두산로보틱스의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127.31% 오른 가격에서 형성됐다. 높은 주가 상승률과 함께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상장 기념식에 나온 두산로보틱스의 협동 로봇이었다.

'H시리즈' 모델인 로봇은 경영진과 함께 빨간색 옷을 입고 한국거래소 신관 로비에서 진행한 상장 기념식에 등장했다. 붉은 술이 달린 북채를 쥐고, 상장 기념식에 쓰이는 대북을 부드럽게 울렸다.

상장 기념식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마스코트가 등장한 적은 있어도, 로봇의 등장은 처음이다. 상장 기념식을 특별하게 보내기 위해 행사 이전부터 로봇에 빨간색 랩핑을 하고, 움직임을 점검하며 준비해왔다는 후문이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기념식을 지켜보며 과거 IT·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증시 입성이 활발했던 2010년대를 떠올린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 아직도 회자되는 사례가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의 세레머니다.

에프엔씨 소속 간판스타였던 걸그룹 AOA가 축하 공연을 펼쳤다. 주가 상승을 의미하는 빨간색 재킷도 갖춰 입었다. 이에 한국거래소 직원들뿐 아니라, 근처 회사의 증권맨들도 기념식을 찾아 앵콜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AOA의 축하 공연 사진은 증권가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퍼져, 여의도에서 에프앤씨의 상장일을 몰랐던 사람은 없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산다라박 등 소속 가수가 등장해, 팬 사인회를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를 기억하던 투자자들은 빅히트(하이브)의 세레모니에서 BTS의 등장을 기대했으나,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특별한 행사는 없었다.

한때 IPO 시장을 주름잡았던 카카오 계열사의 상장식도 언급됐다. 카카오의 핵심 캐릭터인 라이언 인형을 사람 키보다 2~3배가량 크게 키워 장식하고, 그룹의 핵심 컬러인 노란색 카펫을 깔았다.

'IPO 활황기'라고도 불렸던 지난 2021년 팬데믹 기간에는 감염병 확산의 위험을 막기 위해 상장 기념식이 축소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맞춰 신규 상장사의 오프라인 상장식 행사를 전면 취소한 바 있다. 4단계 전환 이후에도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조단위 기업의 IPO가 진행됐으나, 오프라인 상장식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때 IPO 기업들은 자사 로고를 박은 빨간색 마스크를 준비해 착용하며 기념식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기념식은 통합거래소 출범 이전부터 진행해왔던 전통적인 행사"라며 "과거에는 기업 대표의 인사말을 위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 요즘은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동시에 눈길을 끄는 상장 기념식이 자리 잡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0년대부터 이색 기념식이 늘어났는데, 프로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기업은 사인볼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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