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중단)을 막은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전격 해임되면서 그 배후로 지목된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에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매카시 전 의장이 올해 상반기 부채한도 협상 타결과 지난달 말 임시예산안 통과를 주도하면서 정치적 파국을 면한 만큼 그의 부재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美 사상 최초 해임된 매카시 전 하원의장

 


프리덤 코커스는 미국 공화당 내 초강경파 의원들의 모임이다. 미국 의회정치를 쥐락펴락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꼽히지만, 정확히 어떤 인물이 이 모임의 멤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언론이 추정하는 규모는 20~50명 수준이다. 회원 초대를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고, 회원 5분의 4가 특정 법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면 회원들은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프리덤 코커스는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이민개혁법을 추진하자 국토안보부 예산안 통과를 미루면서 연방정부를 셧다운 위기로 몰아간 '티 파티(Tea Party)' 출신 의원들을 구심점으로 출범했다. 티파티는 과거 영국의 과도한 세금 징수에 반발해 미국 시민들이 보스턴항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던 홍차 등을 바다에 버린 보스턴차사건을 시민 저항운동으로 규정하고 공화당의 우(右)클릭을 추구했다.

대략 20~50명 정도인 프리덤 코커스의 정치적 영향력은 캐스팅보트에서 나온다. 하원에서 공화당(221석)과 민주당(212석)의 의석 차이가 9석에 불과해 이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흐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올해 1월 매카시 전 의장 선출 당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14차례의 표결 끝에 15번째 투표에서야 찬성표를 던졌다. 프리덤 코커스가 이달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축출할 수 있는 힘도 이런 의회 정치 구도에서 나왔다.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매카시 전 의장이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해 통과시킨 예산안이 45일짜리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그의 중재가 없는 상황에서 11월 중순 임시예산안 시한을 맞을 경우 연방정부의 셧다운 확률이 8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븐스리포트의 창립자인 톰 에세이는 "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수록 국채금리는 오르고 주가는 하락할 것"이라며 "의회의 기능장애가 금리 변동성의 주요 원인은 아니지만 이에 기여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2023년 10월 4일 10시 21분 송고된 "매카시 美 하원의장 해임, 시장 변동성 키울 것" 제하 기사 참조.)

지난 1976년 이후 2018월 2월까지 의회가 예산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공백이 하루를 넘긴 경우는 총 20회에 달한다. 주말이 아닌 영업일 기준 하루 이상 영향을 받은 셧다운은 1995년~1996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두 차례,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각각 한 차례 등 총 네 차례 발생했다.

셧다운이 발생하면 노동통계국과 인구조사국, 경제분석국 등 정부 통계기관들의 운영이 중단되면서 고용과 물가와 관련한 경제지표 발표도 연기된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다, 인상 주기의 막바지에 다다른 상태다. 실제 셧다운이 발생해 장기화할 경우 경제 상황을 미세 조정해야 하는 연준은 물론 연준의 정책 행보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시장 참가자 모두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정치권의 2024회계연도 예산안 협상이 금융시장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더욱 주목해야 할 때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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