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수의계약 아닌 코스닥 딜은 맡기가 어렵죠. 죄송하지만 주관 업무가 어렵다고 안내해 드립니다."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때아닌 주관사 '품귀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주관 계약을 하나라도 더 따내 실적을 챙겨두려던 국내 대형 증권사는 안정적인 보수를 얻어낼 수 있는 단독주관 딜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코스닥 시장에 데뷔하려는 발행사의 경우 과거에는 여러 증권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상장 레이스를 함께 달릴 최적의 파트너를 선정해왔다. 다만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한 주관사 선정이 어려워지자, 이전의 트랙 레코드만을 참고해 주관사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주식 발행을 전담하는 ECM 부서의 인력 이탈이 만들어 낸 상황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경우 차기 부서장으로 지목됐던 핵심 인력의 이직에 주니어들의 이탈이 겹치며 말 그대로 딜을 소화할 인력이 부족해졌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상장 시점이 연기된 딜이 늘어나 업무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며 "2021년과 같은 호황기가 다시 오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인력을 충원하는 것조차 회사에서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발행사는 고객이기에 모셔야 하고, 거래소와도 소통해야 하는데 세일즈 풀 관리도 이전보다 신경을 써야 하니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길게는 수년간 대응해야 하는 딜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신규 발행사를 맡기 위해 제안서 작성을 주니어에게 요구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발행사를 담당하면 주기적으로 리포트를 보내거나 지방에 상주해야 하는 등, 돌봐야 하는 일이 많아 여러 딜을 맡을 경우 업무 한계가 있다"며 "주관사 수수료율이 글로벌과 비교에서도 극히 낮은 편이기에 업무에 따른 보상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해 인력 이탈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IPO 업무 보수는 사실상 신규 발행된 주식을 인수한 대가의 개념으로 지급된다. 이미 IPO를 준비하기 위해 적어도 1년여 전부터 제안서 작성, 딜 컨설팅을 위한 미팅, 국내외 실사 출장, 신고서 작성 등 일정에 투입되는 업무를 위한 보수는 지급되지 않는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시장에 입성할 시점, 총액 인수에 대한 대가로 일정 퍼센트의 수수료가 지급된다.

통상 코스피 딜의 수수료는 1% 안팎에서 책정된다. 미국의 IPO 주관 수수료가 두 자릿수임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의 경우 보수가 극히 적다는 전언이다.

올해 최대어로 꼽혔던 두산로보틱스의 수수료는 100bp에 불과하다. 대표주관회사가 가져간 보수는 12억원 상당이나, 공동주관회사 세 곳은 5억원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데 그쳤다.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서울보증보험은 45bp를 인수대가로 책정해, 공기업 '짠물 수수료'의 관행이 되풀이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올해 국내 증권사가 가장 많은 수수료를 받은 5건은 모두 코스닥 딜이었다.

이 와중에 올해 IPO 시장 제도 개편이 더해지며 주관 부서가 맡아야 하는 업무량은 가중됐다. 공모가를 책정하기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기간은 5일로 늘어났으며, 이 기간에 기관 참여자의 주금납입능력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심사 또한 강화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사이드로 이직한 몇 사례가 주목받으며 앞으로도 인력 이탈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업무 체계와 보수 지급 기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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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3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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