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일본은행(BOJ)이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의 추가 조정을 고려할 것이며,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가 1%를 초과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다" BOJ의 10월 정례 통화정책회의 당일인 지난달 31일 BOJ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의 발언이 현지 유력 경제매체인 니혼게이자이를 통해 보도됐다.

BOJ가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기존의 0.5%보다 높은 1.0%를 상한으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3개월 만인 10월 회의에서 추가 조처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미국 국채금리 고공행진으로 YCC 정책을 수정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실제로 BOJ는 당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0년물 국채금리의 변동 폭 상한 목표를 기존 0.5%에서 1%로 올리되 시장 동향에 따라 1%를 어느 정도 초과해도 용인하기로 했다. BOJ가 1%를 경직된 상한선이 아닌 느슨한 상한범위로 재정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1%선을 방어하기 위한 BOJ의 채권 무제한 매입 약속도 자동 철회됐다.

시장은 BOJ의 발표에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번 조치가 상한선을 1.5%로 인상하는 등의 좀 더 명확한 변화를 점쳤던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가격 변수는 이런 분위기를 즉각 반영했다. 달러-엔 환율은 150엔선 위로 다시 튀었고, 0.96% 전후에서 움직이던 10년물 일본 국채금리도 0.90%로 내려앉았다. 뉴욕시장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지자 일본 재무성은 이달 1일 도쿄환시 개장 전 구두개입에 나섰다.


달러-엔 환율
연합인포맥스

 


BOJ의 통화정책이 수정될 것이란 관측은 구로다 하루히코 전 BOJ 총재의 퇴임이 임박했던 작년 말 BOJ가 기존 완화정책을 일부 수정한 후 확산하기 시작했다. 올해 4월 우에다 가즈오 현 총재가 취임한 후 임기 초 정책변화 가능성과 맞물려 증폭됐다. 저금리 유지를 위한 BOJ의 투기세력 채권 매입과 미·일 금리차 확대에 따른 엔화 가치 급락 등 부작용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에서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BOJ를 포함, 일본 금융당국이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다른 방식의 통화정책 셈법을 갖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고, 수출업체들이 엔저 환경하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기존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폐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긴축 행보가 예상보다 길어져 달러-엔 등 가격 변수가 당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설 때 통화정책의 가시적 변경이라는 패를 꺼내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더욱이 최근 실시된 조사에선 달러-엔 150엔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자동차 등 일본 주요 기업의 올해 연결영업이익 예상치가 약 20%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0월 24일 8시 26분 송고된 '日 주요기업 엔저 효과 18조원 예상…도요타 8조원' 제하 기사 참조.)

BOJ가 10월 회의에서 기존 통화정책의 틀을 깨는 방향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는 점을 드러내면서도, 그 속도나 시점은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BOJ가 장기금리 상한선을 직접 건드릴 경우 환율과 금리 등 가격변수가 크게 출렁일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취임 후 반년을 넘긴 우에다 총재가 앞으로 통화정책 득실계산법을 어떻게 가져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hy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5시 1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