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대교체 바람에 '믿을맨'이 하나둘 짐을 싸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그간 탄탄한 성과를 내며 고속 승진을 이어왔던 인물들의 용퇴 소식이 전해졌는데, 증권업계도 다르지 않다.

미래에셋증권 자사주
[출처 : 미래에셋증권 3분기 보고서]

 

지난주 44년간 'LG맨'이었던 권영수 부회장이 용퇴했다. 용퇴 소식과 함께 그의 자사주 매각 소식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권영수 부회장은 LG의 올해 임원 인사 발표 하루 전, 보유하고 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처분단가와 매입 시점 주가를 고려할 때 1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이렇듯 '급한' 지분 처리가 권영수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보유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온전히 소유주의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나, 권영수 부회장의 지분 처분은 업황이 좋지 않은 배터리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대표의 자사주 취득과 처분은 결국 투자자 신뢰 문제로 이어진다. 증권업계에서도 자사주의 행방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회사나 경영진이나 그간 활발한 자사주 활용법을 구사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 10월,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유통주식 주 2.1%에 달하는 자사주 1천만주를 장내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미래에셋 주가도 반응했다. 자사주 매입 소식이 발표된 당일에만 주가가 5% 이상 뛰었으며, 발표 이후 3주간 25%나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새로운 수장인 김미섭 부회장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러한 방식의 주주환원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미래에셋증권은 임직원의 성과 보상에도 자사주를 적절히 활용해왔다. 여타 대형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미래에셋증권은 가장 많은 수의 임원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임직원 성과 보상에 자사주가 적절히 활용됐기 때문이다. 올해 미래에셋증권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보수지급 금액 5억원 이상 중 상위 5명은 성과보수 이연 지급을 통해 내년 중 60만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안정적인 주가 흐름에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임직원도 적지 않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주가가 6천원 수준에서 횡보하면 '확실한 저평가'라고 판단하는 인식이 내부에서 공유되고 있다"며 "실제로 우리사주조합이나 개인적인 장내 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직원도 꽤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자사주 행방은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와 다를 수 있을까. 최현만 전 회장도 권영수 부회장과 같이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며 올해 4월에만 2만9천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임원이 보유한 의결권 있는 자사주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총 161만주다. 이 중 '용퇴 멤버'인 최현만 전 회장(35만주), 조웅기 전 부회장(15만주), 이만열 전 사장(4만주)이 보유한 양은 3분의 1에 달한다.

조직 슬림화 기조에 자리를 옮길 임원의 수를 생각하면, 이보다 많은 양의 자사주가 처분의 기로에 놓여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들이 고문으로 회사에 남는 만큼, 핵심 인물의 지분이 단기간 내 시장에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활용법의 기본인 주주환원, 임직원 성과 보상을 넘어 '용퇴 멤버'의 지분 보유로 투자자 신뢰를 지킬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셋의 창업 멤버가 회사와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여전히 미래에셋의 성장을 지켜 본 투자자들은 1기 경영진의 역량과 그간의 노력이 기업가치에 녹아 있다고 본다.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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