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공매도 방지 토론회 참석하는 박순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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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간단히 단답형으로만 대답해 주세요"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나올 법한 발언이, 공매도 전산화 관련 토론회에서 여러 차례 쏟아졌다. 중계를 통해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던 개인투자자들도 실시간 댓글을 통해 원성을 쏟아냈다.

격앙된 반응이 나올 것은 예견됐다. 이달 초 열렸던 공매도 토론회에서 찬성과 반대 패널이 불균형으로 섭외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차 토론회를 지켜본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2차 토론회를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됐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추가 토론회를 마련했다. 개인투자자의 지지를 받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박순혁 작가의 섭외도 진행됐다.

한국거래소는 언론과 관련자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들의 토론회 현장 참여를 허용하지 않는 대신 유튜브를 통해 토론회를 생중계했다. 동시 시청자 수는 수천명. 1분 동안 수백개의 채팅이 올라왔다. 중계가 끝난 이후 올라간 녹화본에도 1천8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국거래소가 진행한 토론회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날인 셈이다.

토론 진행 중 격앙된 정의정 대표와 박순혁 작가를 저지하거나, 진정시키는 듯한 발언을 할 때마다 채팅창에는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했다. 한국거래소와 유관 기관의 설명은 개인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십니까? 불법 공매도 방지 시스템을 어떻게 할 건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토론회에서 논쟁만 하고 있네요"

토론 종료 시각이 가까워진 시각에도 양측은 공매도 전산화와 관련한 과거 사실을 확인하는 데 대립하기만 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두 가지였으나, 첫 번째 주제인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공매도 전산화에서 양측의 입장이 평행을 달린 탓에 두 번째 주제는 넘어가지도 못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개인투자자를 대변한 패널들은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만 늘어놓을 뿐 개선안을 도출하려는 의지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전산화의 하나로 모든 증권사가 대차거래 계약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정 대표는 "2019년 상반기까지 구축하기로 했던 시스템이 늦어졌다"며 "금융당국이 무차입 공매도를 적극적으로 적발하게 되면 거래량과 거래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유야무야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의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공매도 전산화의 목적은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는 데에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투자자와 금융당국의 의견이 같다.

공매도 전산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막을 수 있는 효율적인 규제와 적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면 그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이다지 크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유관기관은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적발 시스템을 이미 운영 중이다.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 대로, 2018년 이후 국회와 유관기관이 합심해 공매도 전산화 가능 여부를 따져보고, 현실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떤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출지 논의해왔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의 공매도 주문이 있을 때 대차계약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의무를 증권사에 줬다. 비정상 거래를 감지하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규제로 외국계 증권사의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됐다. 이번에 발표된 외국계 증권사 두 곳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각 사 내부의 잔고 관리 시스템이 미비한 점이 문제가 됐다. 여러 부서가 각각의 대차거래를 맺고 공매도하면서, 이러한 내용이 내부 잔고 관리 시스템에 동시에 반영되지 않아 빌려온 주식보다 더 많은 양을 공매도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각 기관의 내부 잔고 관리 시스템이 미비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현재와 같이 각 기관이 스스로 내부 잔고를 관리하도록 하되, 이러한 시스템을 탄탄히 만들 것을 요구했다. 증권사가 시스템 도입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도 만들었다.

사실 공매도에 개인투자자의 원성이 집중되는 것은, 금융당국이 이를 적절한 시기에 막지 못했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공매도의 해법이 신뢰 회복에 있는 이유다. 비록 이번 토론회를 통해 원색적인 비난을 들었을지라도,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개인투자자 대상 소통은 지금보다 더 자주, 지속되어야 한다. (투자금융부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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