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낙관적인 의견을 모아 조회수 장사를 하고 있다. 이게 올바른 투자일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난해 전망을 복기한다"

산타가 다녀간 연말이 끝나고, 새로운 해를 다짐하는 희망찬 언어가 쏟아지는 연초다. 지난해 어려웠던 순간은 뒤로한 채 앞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달콤한 사고가 시장에 맴돌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리포트
[출처 : 교보증권]

신영증권 리포트
[출처 : 신영증권]

 

변동성이 높았던 장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지난 1년을 정리한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안되면 남 탓, 잘되면 내 탓'이라는 주문은 간편하다. 고금리, 변동성, 각종 사건 사고 등 유달리 핑계를 댈 구석이 많았던 지난해를 괜히 돌아보지 않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책임을 물으며 지난해를 반성하는 리서치센터가 등장하는 분위기는 의미심장하다. 실수는 묻어가자는 시장의 '미풍양속'에 경종이 울렸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탐욕의 반대는 금욕인가?'라는 제목으로 지난해를 톺아보는 보고서를 냈다.

김형렬 센터장은 "연말의 뜨거운 주식시장 분위기, 그 기운을 이어받아 더 좋을 것이란 타이틀을 달았을 때 증가하는 조회수, 그러면서 무리수를 두는 언론 제목은 더욱 늘어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주식시장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까지 눈높이를 높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최근의 코스피 전망밴드는 희망밴드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사 고객에 다양한 부류가 있겠으나 셀 사이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연히 낙관적인 예상을 반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고객에 대한 마케팅 요소를 의식한 나머지 신중해야 할 부문을 간과하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한다"고 냉정히 분석했다.

얼마 전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도 센터장을 필두로 총 14명의 이름을 단 회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성문' 성격의 보고서가 나온 셈이다.

자신의 전망이 틀렸다는 점을 굳이 들춰내지 않는 것이 미덕인 증시에서, 어떤 부분을 잘못 예상했는지를 꼼꼼히 짚은 42쪽 분량의 보고서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워렌버핏이 매년 초 주주들에 발송하는 서한에서 자신이 범한 실수를 되짚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봤다.

김 센터장은 "우리가 버핏과 같은 레전드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의 태도를 존경하고 배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3할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나쁜 공에 배트를 내지 않는 자제력도 필요하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난해 전망을 복기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신영증권의 지난해 전망에서 가장 크게 어긋난 부분이 '미국 경제'에 대한 예측이었다고 봤다.

그는 "2023년 전망에서 가장 크게 어긋난 부분은 '미국 경제'에 대한 예측이었다"며 "경착륙이든 연착륙이든 올해 미국 경제의 둔화가 불가피하고, 그 결과 달러는 약해지고 미국 증시가 다른 증시 대비 초과수익을 기록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코로나 시기 이후 미국의 정부가 연준의 긴축 효과를 낮출 수 있는 공격적인 재정 지출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반성했다.

"자산의 가치는 그 자산으로부터 미래에 창출된 현금 흐름이라는 원칙을 잊지 않으며, 시장 이외의 변수들이 자산 가치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도 충실한 분석과 의견으로 만나겠다는 약속을 한다"는 김학균 센터장의 약속이 빛을 발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투자금융부 박경은 기자)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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