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라고 불리는 대만 총통 선거(대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이 어떠한 영향을 받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대만 해협에서의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어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친미 여당인 민주진보당과 친중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이 최고 지도자를 뽑는 총통 선거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대만 유권자는 오는 13일 총통과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현 총통보다 더욱 강경하게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후보가 다소 앞선 가운데 선거가 이대로 끝난다면 우리 증시에 노이즈(잡음)가 발생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진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 보인다"며 "이 경우 중국과 미국, 대만이 거친 설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대만 해협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이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종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증시를 주도하는 TSMC 등 반도체 종목에 투자된 자금이 한국 기업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가 미·중 갈등 확대로 한반도 정세마저 불안하게 여긴다면 국내 증시에서도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

대만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 증시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친미 여당이 승리하면 중국과 대만의 외교 갈등이 문제이며, 친중 야당이 승리하면 중국과 대만의 반도체 동맹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만이 중국과 밀착하면서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이자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TSMC가 중국 반도체 기업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만 출신의 반도체 엔지니어 상당수가 중국 제조사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이 큰 친미 여당의 승리는 우리 경제 전반에도 장기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조용찬 미중산업경제연구소장은 대만 해협을 넘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인 긴장감이 커지는 시나리오에 주목했다. 이 해역은 우리나라가 90% 이상의 원유를 수입해오는 항로다. 해로가 불안정해지면 원유 운송 차질로 에너지 안보가 흔들리게 된다.

식량 안보도 문제다. 국내 식량 자급률이 4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해상 운송 차질은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조용찬 소장의 의견이다. 조 소장은 "곡물 자급률은 23% 수준"이라며 "수입 밀의 경우 재고가 2~3개월치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만산 반도체 수급 불안은 세계 경제 자체를 멈춰 세울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비메모리 생산지인 대만의 반도체 수출길이 막히면 스마트폰 AP·컴퓨터 CPU·자동차 MCU 등이 부족해지면서 전자산업·자동차산업 등이 생산 차질을 겪는다.

조 소장은 "대만의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면 1년간 880조원, 세계 GDP의 1% 수준의 피해가 발생한다"며 "스마트폰·컴퓨터·게임기 전자산업까지 영향을 받으면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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