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연초 인공지능(AI) 열풍 속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가 미국·대만 기업 주가보다 부진한 것은 고유의 특징 때문으로 분석됐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AI 가치사슬의 뒷부분에 자리하고 있는 데다, 한국 제조사의 출하 중 B2B 제품의 비중이 아직은 작다는 분석이다.

25일 연합인포맥스 마켓모니터(화면번호 1843)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대비 7%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0.63% 내렸다. 반면 미국 엔비디아와 AMD는 27.39%, 28.65%씩 뛰었고, 대만 TSMC는 5.73% 상승했다.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AI용 메모리 실적이 후행적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등의 AI용 칩셋 매출이 늘어난 뒤에 메모리 발주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가 플랫폼 기업 등에 판매하는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셋에는 국내 기업의 고대역폭메모리(HBM)이 탑재된다.

국내 기업의 서버용 D램도 메타 등 플랫폼 기업이 AI를 연구한 뒤 서비스를 출시하며 서버를 구축하는 시점에 수요가 늘어난다고 홍 대표는 설명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출하 중 B2C 비중이 큰 게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 기업 반도체 수요의 60~70%가 B2C 제품"이라며 "스마트폰·컴퓨터·가전제품 같은 B2C 제품은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제품의 사이클이 수요에 따라서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주가가 디스카운트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는 반도체 수요를 B2B 제품이 많이 차지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AI 관련 고부가 제품인 HBM과 DDR5 등의 매출 비중이 늘어나며,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국내 기업의 주가가 작년 말에 충분히 많이 올랐다는 의견도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4분기에 각각 14.76%, 23.04% 상승한 바 있다.

반면 대만 TSMC는 이제서야 뒤늦게 상승하는 것이라고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TSMC가 상승하고 있는데 TSMC는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덜 오른 주식 중 하나였다"며" "최근 AI에 대해서 강조하면서 작년에 덜 올랐던 부분을 만회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미국 엔비디아를 포함한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작년처럼 오르기는 어렵다는 게 이 센터장의 전망이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200% 이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40%, 90% 가량 상승한 바 있다. 주가가 올해 실적을 작년에 이미 반영하면서다.

이 센터장은 "지금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하"라며 앞으로는 미국 물가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에 따라 반도체 주가의 향방이 정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ytse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1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